미국에서 ‘절도 놀이’의 표적이 된 현대차·기아 차량에 대해 18개 주 법무장관이 리콜을 요구했지만, 교통 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NBC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NBC가 입수한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회신 내용에 따르면 당국은 차량 도난 관련 문제가 전국적인 리콜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셈 하티포글루 NHTSA 집행부국장 대행은 론 봅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NHTSA는 이 문제가 리콜이 필요한 안전 결함이나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안전에 대한 연방정부 표준이 현재 엔진 이모빌라이저(도난 방지 장치)를 장착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NHTSA가 리콜을 실시하는 기준은 “범죄자가 운전대의 기둥을 부수고 시동을 걸기 위해 점화 잠금장치를 제거하는 행위들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캘리포니아 등 18개 주의 법무장관은 현대차·기아 차량의 절도 방지 기능이 취약하다며 전국적으로 리콜을 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서한을 지난 4월 NHTSA에 보냈다.
법무장관들은 현대차·기아가 유럽과 캐나다에 판매한 같은 모델에는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설치했는데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표준적인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차량 소유주와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절도 대상으로 삼는 범죄가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놀이처럼 확산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어 도난을 방지하는 장치로,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기아의 2011∼2022년형 모델에 이 장치가 없어 범죄의 타깃이 됐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은 해당 차량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설치해주거나 스티어링휠(운전대) 잠금장치를 배포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고, 지난달 19일에는 관련 집단소송을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이 도난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 손해 등에 대해 현금 보상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에 필요한 총 금액은 약 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