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40% 흑인이 상위 10% 아시안보다 입학 확률 높아…대법관들도 하버드 비판
대법원이 소수 인종 우대 입학(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차별’이라는 자충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는 29일 ‘하버드가 어퍼머티브 액션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하버드를 포함한 미 대학들의 아시아계 차별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프렌치는 이번 소송의 피고인 하버드대가 “적극적으로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차별했다는 증거가 압도적이라는 것이 핵심 팩트”라며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수 의견서에서 학업 성적 하위 40%인 흑인 학생의 하버드 입학 확률이 상위 10%의 아시아계보다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했다.
역시 소송 당사자인 노스캐롤라이나대(UNC)가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입학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도 칼럼에 명시됐다.
보수 성향의 흑인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역사적으로 인종 우대의 수혜자로 묘사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불공정이 심화하는 가운데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미 역사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라고 프렌치는 지적했다.
프렌치는 칼럼에서 “인종을 이유로 차별받아야 하는 미국인은 아무도 없다”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역사 속에서 이민 제한과 분리 정책을 겪은 바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5월 졸업장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하버드 대학 졸업생들. 로이터
하버드대는 입학 지원자들의 인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학생 다양성을 구축할 수 있었는데도 이러한 대안에 눈감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하버드가 “운동선수 스카우트 때 부여하는 혜택의 절반만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줬다면, 그리고 기부자·동문·교수진 자녀에 대한 우대를 폐지했다면, 인종 기반 (입학) 관행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학생들의 인종 구성을 현재와 거의 비슷하게 복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하버드는 기부자와 교수진 자녀 등에 대한 혜택을 버리지 않음으로써 백인 우대와 아시아계 차별 시스템을 영속화했다고 고서치 대법관은 비판했다.
진보 성향의 케탄지 브라운 대법관은 인종적 격차가 너무나 커서 어퍼머티브 액션을 존속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그러한 격차를 재산과 소득 등에 기반한 ‘인종 중립적’ 입시 정책으로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프렌치는 반박했다.
또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이미 폐기한 캘리포니아주와 미시간주의 공립대학들이 인종 고려 없이도 매우 다양한 학생 구성을 이뤘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프렌치는 “좋은 인종차별과 같은 것은 더이상 없다”면서 “대학들은 새로운 인종적 가해를 저지르지 않고서도 차별의 유산과 현실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