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70% 찍었던 ‘극도의 긍지’, 이제는 39% “보건실패·인종차별 등 사회 난제에다 비호감 대선까지”
독립 247주년을 맞은 미국인들의 모국에 대한 자긍심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극도로 자랑스럽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이는 역대 최저를 기록한 작년 38%와 비슷한 수준이다.
갤럽이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실시한 이 조사에서 ‘조국이 극도로 자랑스럽다’는 응답의 역대 최고점은 2003년 70%였다.
올해 조사에서 ‘매우 자랑스럽다’는 이들은 28%였고 ‘대체로 자랑스럽다’는 7%, ‘조금 자랑스럽다’는 4%로 나타났다.
갤럽은 모국을 향한 미국인의 자부심이 2001년 9·11 테러 뒤에 치솟았다가 2005년 이후 진정돼 2018년 이후엔 가라앉았다고 설명했다.
소위 ‘테러와의 전쟁’ 시대이던 2002∼2004년에는 ‘극도로’ 또는 ‘매우’ 조국이 자랑스럽다는 응답률이 90%를 웃돌았다.
그러나 2018년 이후에는 ‘극도로 자랑스럽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며 전반적 애국 수준도 내려앉았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현 추세가 미국이 여러 문제에 동시다발적으로 직면한 상황에서 감지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조지 플로이드 피살 뒤 조직적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 각성 등을 문제로 거론했다.
휴스턴 다운타운에 그려진 조지 플로이드 벽화. 로이터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기에 확인된 감염 사망자만 100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피해국이다.
비무장 흑인 플로이드는 2020년 백인 경찰에게 잡혀 무릎에 8분 가까이 목이 눌린 채 질식사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 경찰의 고질적 공권력 남용과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했다.
악시오스는 올해 조사 결과를 두고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대한 미국인들의 낙담을 주목했다.
이 매체는 “대선을 5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거의 모든 미국인이 원치 않는 재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인들의 모국에 대한 자긍심은 정치 성향에 따라 뚜렷하게 엇갈렸다.
올해 조사를 보면 ‘극도로 자랑스럽다’는 이들의 비율이 보수적인 공화당원에게서는 60%, 진보적인 민주당원에게서는 29%였다.
연령에서도 자긍심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모국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집단은 나이 든 보수 진영, 가장 덜 자랑스러워하는 집단은 젊은 진보층이었다.
공화당원 중에서 ‘극도로 자랑스럽다’는 이들의 비율을 보면 55세 이상에서는 68%였으나 35∼54세는 64%, 18∼34세는 42%였다.
민주당원 중에서도 같은 답변을 한 사람은 55세 이상에서 38%이던 것이 35∼54세에서 25%, 18∼34세에선 12%로 낮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