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카메라 등 비싼 부품 탓
제조업체, 수익성 증대 목적
고가 모델 늘리고 저가 축소
2만 달러대에 살 수 있는 새차는 고작 8% 밖에 안돼 소비자들의 구입 여건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검색 플랫폼 코파일럿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새차 중 ‘업체권장소매가격(MSRP)’이 3만 달러보다 낮은 자동차는 8%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38%와 비교하면 무려 30%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팻 라이언 코파일럿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새차를 구매하기에 역대 최악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SUV 선호 경향 ▶첨단 디지털 기기 장착 ▶비싼 옵션 ▶완성차 업체의 저가 모델 축소 등을 새차 가격 급등 요인으로 꼽았다.
즉, 팬데믹 동안 소비자들이 야외 레저 활동을 늘리면서 구매 성향이 세단에서 가격이 더 비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터치스크린, 360도 카메라, 각종 센서 등 비싼 부품이 장착된 것도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베이스 모델의 공급을 대폭 줄이고 대신 비싼 옵션이 포함된 모델과 상위 고급 모델을 주력으로 시장에 공급한 것도 새차 가격 인상을 야기했다. 더욱이 저가 모델 공급을 대폭 줄인 것도 새차 가격의 원인 중 하나다.
자동차 비교업체 에드먼즈의 아이번 드루리 이사는 “디자인을 바꿔 새차를 출시할 때마다 차 크기를 소폭 늘리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동차 값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드먼즈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5월 신차 평균 매매 가격은 4만7900달러로 팬데믹 이전 시기인 2019년 5월의 3만7000달러 대비 29.5% 비쌌다. 1년 전인 2022년 5월과 비교했을 때도 4만6600달러보다 2.8% 올랐다.
새차 가격의 상승세는 중저가 모델뿐 아니라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새차 가격이 7만 달러보다 비싼 차량의 비율은 10%나 됐다. 5년 전의 3%와 비교하면 7%포인트나 급증했다.
반대로 저가형 모델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판매된 신차 중 가격이 2만 달러보다 낮은 차의 비중은 0.3%였다. 2018년 2만 달러 미만 차량이 전체 판매 차량의 8%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것이다.
지난 5월 기준 MSRP가 2만 달러 미만인 모델은 기아 리오, 닛산 버사, 미쓰비시 미라지 등 단 3개 모델이었다. 다만 해당 차들도 2019년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각각 두 자릿수 비율로 올랐다.
기아 리오의 2019년형 가격은 1만5390달러에서 2023년형 1만7875달러로 16.2%, 닛산 버사는 1만2360달러에서 1만6925달러로 36.9%, 미쓰비시 미라지는 1만3795달러에서 1만7340달러로 25.7% 올랐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차 대신 주행거리가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를 선택하고, 평균 차량 수명이 우수한 모델을 구매하면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LA지사 우훈식 기자 woo.hoonsik@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