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과열로 2% 복귀 난망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좋은 뉴스가 이어질 예정이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기가 가장 힘들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진단했다.
WSJ에 따르면 오는 1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3.1%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최근 2년간 가장 낮은 수치로, 5월(4.0%)보다 상승폭을 크게 줄이게 된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5.0% 올라 18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전문가들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주택 임대료와 중고차 가격 하락에 힘입어 조만간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근원 CPI에서 40%,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서 20%의 비중을 각각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거의 1년 늦게 통계에 반영되는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작년 중반 시작된 주택 임차료 안정세가 이르면 6월 통계부터 물가상승률 둔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집값과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었던 미국의 가구수 증가세가 꺾이고, 신축 아파트 공급이 40년 만에 가장 많아진 상황도 주거비용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 4∼5월 반등했던 중고차 가격이 신차 생산량 회복에 힘입어 다시 내려가는 조짐을 보이는 것 또한 긍정적인 소식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고차 가격 하락 등을 근거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5월 4.6%에서 12월 3.5%로 꺾일 것이라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 경제가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성장한다면, 물가상승률이 현 수준에서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인 2%로 돌아가는 ‘라스트 마일’은 더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이 경우 연준은 노동시장이 약화할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제네바에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리카르도 트레지는 상품 물가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디플레이션 추세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WSJ이 전했다.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았던 팬데믹 이전에는 상품 생산자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 또는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했지만, 지금과 같은 고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연준은 아직도 강력한 노동시장이 계속 근로자 임금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 한 높은 수준의 임금 상승세가 상품·서비스 수요를 계속 뒷받침하고, 이에 따라 노동 수요가 강해지면 일자리를 잃을 걱정이 없어진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키우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