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서스원숭이 집단에서 동성 간 성적 행동(SSB : Same-sex sexual behaviour)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흔하며 이런 행동이 진화 과정에서 생겨나 유전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빈센트 새볼레이넨 교수와 잭슨 클라이브 박사팀은 11일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서 3년간 반야생 레서스원숭이 집단을 관찰, 동성 개체 간 성적 행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이런 행동이 유전되고 진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클라이브 박사는 “수컷 대부분이 양성애적 행동을 하고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유전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이런 행동에 진화적 기반이 있을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성적 행위로 간주되는 서로 올라타기를 하는 수컷들은 갈등이 있을 때 서로 도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주는 많은 사회적 이점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성 간 성적 행동은 많은 동물 종에서 보고됐으나 이성 간 성적 행동보다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런 행동이 유전적인지, 진화 과정에서 획득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푸에르토리코의 카요 산티아고 섬에 서식하는 1천700여마리의 반야생 레서스원숭이 집단 내 수컷 236마리 행동을 관찰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컷끼리 서로 올라타는 동성 간 성적 행동(SSB)을 보인 수컷이 전체의 72%에 달한 반면 암컷에 올라타는 이성 간 성적 행동(DSB : different-sex behavior)을 보인 수컷은 46%에 그쳤다.
또 동성 간 성적 행동을 많이 하는 수컷일수록 다른 수컷들과 사회적 접촉을 하는 시간이 더 길었으며,이런 동성 간 성적 행동을 하는 수컷들은 집단 내 갈등 상황에서 서로 연합을 형성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그동안 동성 간 성적 행동과 번식은 상충 관계인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 연구에서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오히려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동성 간 성적 행동이 많은 수컷이 그렇지 않은 수컷보다 오히려 새끼가 더 많이 낳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동성 간 성적 행동을 하는 수컷들은 다른 수컷과 쌓은 유대 관계의 이점으로 인해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장기간 혈통 데이터를 사용해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유전될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동성 간 성적 행동의 6.4%는 유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 외 영장류에서 동성 간 성적 행동과 유전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첫 증거로 동성 간 성적 행동은 털 고르기 같은 다른 유전성 행동과 비슷한 유전율이며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직접 인간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결과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인간 외 다른 동물에서는 드문 것이라거나 비정상적인 환경 조건의 산물일 뿐이라는 일부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볼레이넨 교수는 “이 연구에서 레서스원숭이 수컷의 3분의 2 이상이 동성 간 성적 행동을 보였고 이런 행동이 집단 내 유대를 강화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리 임무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자연과 동물 사회에 가져다주는 이점을 탐구하는 등 이런 행동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