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입장을 바꿔 저명 칼럼니스트인 E. 진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CNN이 11일 보도했다.
캐럴은 1990년대 중반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2019년 폭로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자신을 조롱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단히 미안하지만, 그(캐럴)는 내 타입이 아니고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캐럴이 회고록을 많이 팔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과 공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캐럴은 이런 발언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연방정부 공무원은 공무 수행 과정에서 한 행동과 관련해 개인적인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적 보호 규정인 웨스트폴 법을 내세워 명예훼손 소송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법무부도 이전까지는 논란이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의 공직 적합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장에 대통령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며 “대통령이 정책 역량을 훼손할 수 있는 개인적 문제를 완화하려 한 것은 대통령직의 범위 안에서 행동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해당 명예훼손 소송은 항소심에서 심리가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제시한 대통령 면책에 대한 입장 제시 시한인 13일을 앞두고 양측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사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변경된 입장을 내놓았다.
법무부 변호사들은 이 서한에서 법무부가 문제의 명예훼손 발언이 대통령직의 범위 안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통보했다.
법무부 변호사들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증언 빨퇴임 후인 지난해 10월에 나온 그의 혐의 부인 성명 등은 문제의 명예훼손 발언이 정부에 봉사하고 정부를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캐럴 측 변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사적인 감정 때문에 나쁜 의도를 가지고 명예훼손 발언을 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법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이 뉴욕주 법률에 따라 제기한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5월 캐럴이 성폭행당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평결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SNS를 통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도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500만달러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는 대통령의 면책을 인정하지 않는 법무부의 입장이 나옴에 따라 차기 대선 당내 경선이 시작되는 내년 1월 재판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CNN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