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공원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국의 한국전 참전을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두 나라가 혈맹 관계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에서 VIP가 오면 으레 방문해 참배하는 코스가 됐다.
워싱턴 D.C. 내셔널 몰의 링컨기념관에서 동남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1995년 7월 27일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Korean War Veterans Memorial) 제막과 함께 조성됐다.
3각형 모양으로 둘러싼 화강암 벽에는 모래분사(Sandblast) 방식으로 한국전쟁 당시 기록된 2500개의 사진 영상을 새겨 놓았다.
스테인레스강으로 만든 19개의 조각상은 한국 전쟁 당시 정찰중인 군인병사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곳에는 검은 화강암 벽으로 둘러싼 지름 30 피트(9m)의 얕은 연못이 있다. 화강암 비문에는 한국 전쟁에서 전사, 부상, 실종, 전쟁 포로들의 숫자가 기록되어 있다.
다른 쪽에는 은색으로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메시지가 새겨 있다. 기념비 남쪽에는 무궁화가 3 그루 심어져 있다.
이 같은 조성에도 불구하고 뭔가 완성되지 않은 허전함이 있었다. 필자가 지난 2016년 이 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단상이다.
1995년 7월 한미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함께 이 곳을 참배한 김영삼, 빌 클린턴 대통령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9년이 지나 필자는 최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 행사에 초대되었다. 그냥 돌아올 수 없어 짬을 내 이 공원을 다시 방문했다.
지난해 건립된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도 둘러봤다.
참배 일행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명불허전이다.
공원의 머리부분을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다. 풍수지리를 신봉하지는 않지만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검은 화강암 돌판 위에는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한국인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알파벳 순서에 따라 빼곡히 새겨져 있다.
한때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사이에 끼어서 그 희생과 의미를 미국인조차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동안 미국에서 희생자들의 모든 이름을 새겨진 벽은 없었다. 그러다가 2020년 11월 11일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소재 힐 크레스트(Hill Crest) 공원의 한국전 기념광장에 처음으로 이름들이 새겨졌다.
워싱턴은 희생자 이름을 새긴 두번째이지만 위치와 규모 면에서 의미가 훨씬 크다. 한국전쟁을 알리는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이다.
건설비용은 대부분 한국정부에서 부담했지만, 불씨를 지핀 것은 미주 한인들이다.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 등 뜻 있는 인사들이 현지인들과 의기투합해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을 만들고 이 사업을 주도했다.
미국의회도 추모의 벽 준공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호응했다.
평일이었음에도 기념공원에는 많은 참배객들로 북적이었다.
특히 멀리 노스 캐롤라이나의 한 한인교회에서는 청소년들이 단체로 이 곳을 방문했다.
한인 2세들은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하기라도 느끼고 깨닫을 것이다.
한 편에서는 한 인권단체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행사를 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인들의 공원 관람이 추모의 벽 건립이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연스레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시나브로 인식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