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헌이라고 판결한지 몇주가 지났다.
한인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앞으로 대학 입시에서 한인 및 아시안 학생들이 어떠한 영향을 받느냐는 것이다. 대학들이 아직 입시요강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여서 함부로 예측할수 없다. 그러나 이 재판에 관여했던 변호사들은 다음과 같은 예상을 내놓고 있다.
법률변호재단(Legal Defense Fund, LDF)의 이진희 변호사(Jin Hee Lee)는 하버드의 아시안 대학생 25명과 단체들을 대표해 이 재판에 참여했다. 한인 1.5세로 조지타운대, 콜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한 이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대학은 학생 선발시 학생의 인종 여부를 고려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학 입시 원서나 에세이에 학생의 인종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학생은 대입 원서에 자신의 인종, 인종차별을 극복한 경험, 특정 인종으로서 정체성이나 자부심에 대해 적을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단순히 소수민족이라고 밝히는 것만으로 입학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대신 인종 문제가 학생 본인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으며, 그러한 경험이 대학 교육에 어떻게 기야할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는 “제가 변호한 하버드 학생들, 특히 아시안 학생들은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해왔다”며 며 “이번 판결은 대학내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수단을 폐지하여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인종 여부만으로 입학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앞으로 하버드는 법을 지키는 선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영리단체 라티노 저스티스(Latino Justice)의 프린시스카 파자나(Francisca Fajana) 변호사 역시 “인종을 무시한다고 해서 불평등한 사회가 평등해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는 비히스패닉 인구 44%가 대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반면, 히스패닉의 대학 학사 취득률은 21%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2021년 학생의 33%가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의 대학 졸업률은 15.4%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입학에서 인종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대학에서 히스패닉과 아메리카 원주민 학생들을 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파자나 변호사는 “연방대법원이 인종적으로 공평한 사회(race-neutral society)를 주장하더라도,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대학은 인종 대신 다른 요소를 도입해 학생을 선발할 것이며, 주택, 직업, 범죄 등 학생의 사회경제적 요소를 고려하는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민권 변호사협의회(Lawyers’ Committee for Civil Rights Under Law)의 채비스 존스(Chavis Jones)변호사도 “어퍼머티브 액션은 인종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대학내 인종 불평등을 해소하고 대학 내 인종을 다양화하는 수단은 다른 방법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아시안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해질 것이라는 증거는 딱히 없다. 오히려 대학은 인종이 아닌 학생의 성장환경, 경제적 조건 등을 고려하는 아주 복잡한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입시 경험이 없는 한인 등 아시안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입시가 더 복잡해질지도 모른다. 또한 한인 등 아시안 학생들은 앞으로 대학 원서 및 에세이에서 자신의 인종과 경험에 대해 여전히 이야기할수 있으며, 이를 통해 대학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서 연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