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지구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극심한 폭염이 계속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틀 새 두 달 치 비가 퍼붓는 등 이상 기상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온과 바다 온도 등이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 6월 기온 20세기 평균보다 1.05도↑…7월엔 17도 넘으며 12만년 만에 최고
13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은 올해 6월 세계 평균 기온이 섭씨 16.55도로 기존 6월 기준 최고치를 0.13도 웃돌았다고 이날 발표했다.
역대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된 지난달 기온은 20세기 평균보다 1.05도 높았다.
전 세계적으로 여름철 한 달 평균 기온이 정상 수준보다 1도 이상 높은 것은 관측 이래 처음이다.
앞서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등에서도 올해 6월이 기록상 가장 더웠다는 관측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7월 12일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장기간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국립기상청의 기상학자가 폭염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
하지만 NOAA는 185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170여년간의 관측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AP는 전했다.
C3S는 올해 6월의 세계 평균 기온이 1991∼2020년 6월 평균치보다 0.53도 높았다고 최근 발표했다.
상반기로 따지면 올해는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더웠다.
하지만 한해 전체로는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20%이며 내년에는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NOAA는 내다봤다.
7월12일 화씨 100도를 훌쩍 넘긴 텍사스 휴스턴의 한 주민이 머리에 물을 끼얹고 있다. 로이터
‘불길한 기록’ 행진은 7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3∼5일 지구 평균 온도는 사흘 연속 17도를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지구 평균 온도 최고 기록은 2016년 8월의 16.92도였는데 4일과 5일은 17.18도로 관측됐다.
미국 메인대학 ‘기후 리애널라이저’의 비공식 분석에 따르면 이달 1∼12일 가운데 11일의 기온이 역대 기록보다 높았다.
지구 평균 온도가 17도를 넘은 현재 날씨는 12만5천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선임과학자 제니퍼 프랜시스는 “모든 기록이 다방면으로 깨지고 있다””며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 모든 일은 우리가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WP에 말했다.
폭염 주의 사인이 세워진 캘리포니아 도로. 로이터
◇ 바다 온도도 3개월 연속 역대 최고…남극 해빙은 최저치
6월에는 바다 온도도 역대 최고였다.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4월부터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바다 온도는 연중 같은 기간 평균보다 거의 섭씨 1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기록적으로 뜨거워진 바다는 남극 일대의 차가운 해류 흐름을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 남극 대륙 주변의 해빙 범위는 지난 2월 2년 연속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녹아 내린 빙산이 남극 대륙의 투 험목 섬 근처에 떠 있다. 로이터
NOAA는 6월에도 남극 해빙 수준이 기록적으로 낮았다고 관측했다. 해빙은 남극해의 거친 파도에서 빙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따뜻해지고 식는 육지와 달리 바다는 훨씬 느리게 열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최근 해수 온도 상승이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콜로라도대 극지 연구원인 테드 스캠보스는 바다 온도 상승이 “어떤 면에서는 기록적인 기온 상승보다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해수면 온도 상승은) 바다에 저장된 열이 많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 행동에) 늦게 나설수록 바다의 열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7월11일 홍수로 물바다를 이룬 버몬트 주 몬클리어. 로이터
◇ 극단적 기상현상으로 곳곳 몸살 “기록 계속 깨질 것”
기록적인 고온은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산불, 폭우 등 극심한 이상 기상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담게 되는데 이는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을, 다른 한편에서는 물 폭탄을 불러온다.
남부 유럽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크로아티아, 튀르키예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40도를 오르내린다.
이탈리아 기상 당국은 최근의 극심한 폭염을 그리스 신화 속 머리 셋 달린 지옥 문지기 괴물 개인 ‘케르베로스’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당국은 케르베로스 폭염이 주말까지 기승을 부려 기온이 48.8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7월 11일 폭염 속에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을 찾은 관광객이 셔츠로 햇빛을 가린 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이에 비해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동북부를 휩쓴 폭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버몬트주에서는 지난 10∼11일 거의 두 달 치 비가 한 번에 쏟아졌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초래한 온난화 때문이라며 이를 멈추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선임과학자 프랜시스는 “우리는 (지구) 온도가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어떤 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7월7일 홍수로 도로가 잠긴 뉴욕주 오렌티카운티. 로이터
런던 임피리얼칼리지의 기후과학자인 프리데리커 오토는 “이것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아니다. 우리는 뉴노멀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며 “우리가 화석연료 사용을 멈춘다면 현재 상태가 뉴노멀이 되겠지만 그렇게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온 기록은 계속 경신될 것이다. 인간과 생태계는 이미 많은 경우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