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친구 부부와 모처럼 저녁 식사를 나누며, 최근에 생긴 좋은 일이 뭐냐 고 물어보자, 첫 손자 보는 거 라 고한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아들에게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손자가 태어나, 금년에도 이미 몇 번 갔다 왔다고 한다. 기다리다 늦게 맞은 첫 손자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엔 행복한 웃음꽃이 핀다.
기쁜 할머니는 핸드폰에 담긴 손자의 영상을 보여준다. 돌을 지난 남자 아기의 얼굴, 제 아빠에게 안긴 아기가 감자 칩 하얀 조각을 제 아빠의 입에 넣어준다. 아빠가 한쪽 끝을 물어 뜯고, 아기는 남은 칩을 제 입에 넣고 먹는다. 먹는 행동이 귀엽기 짝이 없다.
겨우 첫 돌 지난 아기가 퍼즐게임을 열심히 하는 영상도 보여 준다. 일사 분란 하게 아기는 삼각형 조각을 쥐고, 삼각형 구멍을 찾아 채우고, 사각형 조각을 사각형 구멍을 찾아 채운다. 그렇게 한판 가득한 다양한 모양의 조각들을 들고 같은 모양의 구멍을 찾아 다 채워 퍼즐을 마치고 나서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사진 찍는 쪽을 향해 웃는다.
“와 아기 집중력이 대단하네요. 한 살 배기가 퍼즐을 다 마치고, 재미 있다, 다 해냈다는 표정으로 카메라 쪽을 보며 손뼉을 치네요.” “전화 영상으로 자주 손자를 보는데, 영상속에서 제 할아버지를 보면 웃어요. 나를 보면 웃지 않는데.” “왜요?” “모르죠. 유전 적으로 제 할아버지를 닮은 거 같아요. 그런데, 엄지 발가락이 나를 닮았어요.” ”엄지발가락이 닮았다고요?” “그래요. 손자의 엄지 발가락 끝이 위로 올라갔어요. 집안에 엄지 발가락 끝이 위로 올라간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 글쎄 손자 엄지 발가락 끝이 위로 올라갔 다니까요.” “발가락이 닮았다는 소설도 있는데!”
등산 팀 중에 70대 한 부부는 첫 손자 봐주러 텍사스로 간다고 하며 두 달 된 손자 영상을 핸드폰에서 보여준다. 아기에게 커다란 책, 흑백 그림으로 된 책장을 보여주고, 아기는 책장을 보는 동영상이다. “두 달 때는 색깔을 구분 못해서 흑백 그림만 보여 준 대요.” “두 달 난 아기가 흑백 그림책을 빤히 집중해서 보고 있네요!” 출생한지 두 달 된 아기가 책에 집중하는 모습도 신기하고, 그런 책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런 책을 아기에게 읽어 주는 신세대 부모도 신기하다.
손자 손녀가 없어 오래 기다리다가 늦게 맞은 손자 때문에 행복이 폭발하는 가정을 주위에서 본다. 아들며느리들이 손자를 낳아 주기만 기다리던 세월이 길면 길 수록, 첫 손자 손녀는 기쁨의 원천, 천사, 왕이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 천사와 왕을 배알하려 먼 길도 마다 않고 오간다. 아들 딸 기를 때는 일 때문에 바빠 같이 놀거나 돌보지 못했는데, 이젠 손자 손녀들을 보살피며 행복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된다.
“손녀를 안고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기적이 따로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의사 친구는 손녀가 생긴 기적을 설명한다.
“수백만 정자들이 경쟁해서 한 개의 알을 만나 수정란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많이 들어서 알잖아요. 그런데, 수정란 한 개, 그 한 개의 세포가 분열을 시작하면 2, 4, 8, 그래서 열 달 동안 천억개의 세포로 불어나서 애가 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세포가 분열 할 때 어떤 세포는 아기의 눈이 되고, 어떤 세포는 귀가 되고, 입, 혀, 머리가 되고, 폐가 되고, 간이 되고, 장기가 되고, 팔다리가 되고, 그래서 열 달이 차면 완벽한 아기가 되는 것 이거 기적 아닌가요? 세상에 태어나자 마자, 제 폐로 숨을 쉬어 산소를 흡수하고, 울고, 젖을 찾아 빨고, 자라고, 할아버지 보고 방긋방긋 웃고 안아 달라고 손 벌리는 손녀가 되었으니, 이게 신기하고 기적이고, 어떻게 내 딸이 이런 손녀를 만들 수 있어요! 모두 기적이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 해요!”
그러고 보니 나도 첫 손녀가 태어났을 때 품에 안고 잠든 손녀의 얼굴을 본 기억이 생각났다. 내 품에서 잠든 아기 얼굴이 배시시 웃다가, 찡그리는 배 안의 짓을 반복하는 아기 손녀를 보며, 태어나고, 살고, 자손을 낳고, 죽는, 내 삶의 순환의 고리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은혜이며, 우주를 운행하며 흐르는 은혜의 강 가에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하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