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나흘째 쏟아진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이 잇따르면서 사망·실종자가 45명에 달했다.
신혼 2개월째인 30대 초등교사부터 휴일에도 일을 하러 집을 나서던 70대 여성까지 안타까운 사연도 잇따랐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6명(경북 19명·충북 12명·충남 4명·세종 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종자는 경북 8명, 부산 1명 등 9명이다.
중대본은 애초 사망자를 37명으로 파악했으나, 지난 15일 충주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폭우로 인한 사망이 아닌 것으로 분류했다.
수색이 진행 중인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사망자 등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오송지하차도 9명 시신 수습…피해자 더 늘어날 수도
이번 비는 충청과 경북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낳았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경찰의 폐쇄회로(CC)TV 분석에 따르면 버스 1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총 15대의 차량이 지하차도에 갇혔다.
사고 직후 9명이 구조됐으나, 전날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이날 버스 탑승객 등 8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은 총 11명의 실종신고를 접수했으나, 각 차량 탑승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대본의 호우 실종자 현황에도 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자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당국은 오후 6시 기준 80% 배수를 완료했으나, 지하차도 중앙부에 쌓인 펄로 인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망자들이 이송된 병원 응급실과 장례식장에는 황망해하는 유족들의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신혼 2개월 차이자 임용 시험을 보려는 처남을 KTX 역까지 데려다주려고 운전대를 잡은 서른살 초등학교 교사, 세 아이를 둔 40대 치과의사, 휴일에도 일을 하러 집을 나서던 70대 어머니 등 사망·실종자들의 사연은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충북 괴산에서는 전날 43년 만에 괴산댐이 월류해 하류 주민 2천여명이 사전 대피했다. 이들은 집 가재도구 등이 침수돼 체육관 등지에 머물며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가운데 실종자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주택 5가구가 매몰돼 4명이 사망하고 1명을 수색 중이다.
◇ 경북 사망자 19명 중 최소 13명 산사태 피해…실종자 수색 총력
경북은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가 이어졌다.
경북도에 따르면 예천군 감천면에서 물에 휩쓸렸다가 구조됐던 주민 1명이 이날 사망하고,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 현장에서 실종됐던 60대 여성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돼 호우 피해 사망자가 19명으로 늘었다.
지역별 사망자는 예천 9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이다. 실종자는 예천 8명(산사태 3명)이다.
전날 오전 영주시 풍기읍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부녀지간인 2명이 숨졌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에서는 5명이 사망했는데,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 지역에서 유명인으로 알려진 장병근 씨의 아내도 포함됐다.
남편 장씨는 산사태 당시 실종돼 당국이 수색 중이다. 농작물 1천562.8㏊도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16일 오전 전남 해남군 현산면 들녘이 폭우에 잠겨 있다. 2023.7.16 독자 제공
◇ 충청·호남·부산도 침수 피해…18일까지 최대 300㎜ 더 내릴 듯
대전·세종·충남에서는 호우로 인해 사망자 5명이 발생했다.
지난 14∼15일 논산과 청양, 세종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4명이 숨졌고, 공주에서 1명이 호우에 휩쓸려 사망했다.
14일 아산에서 낚시 중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던 70대 남성이 이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으나, 당국은 호우 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분류했다.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던 공주시 옥룡동 주민 107명은 공주대 옥룡 캠퍼스나 지인 집 등으로 대피했다.
제방이 붕괴해 침수 피해를 본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주민 203명도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에서 지내고 있다.
유실 또는 매몰되는 등 농경지 피해 면적은 총 3천283.8㏊다. 산사태는 총 147곳에서 발생했다.
전북에서는 농경지 9천766㏊가 물에 잠겼다.
금강 하류에 있는 익산 산북천 제방 붕괴 가능성이 커지자 오전 6시부터 익산시 용안면 10개 마을 주민 600여명이 임시 거처로 대피했다.
광주·전남 주민과 군인 등 174명도 산사태 우려에 대비해 사전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토사 유출, 주택 침수, 가로수 쓰러짐 등 피해가 이어졌다.
부산도 인명 피해는 없지만, 토사가 도로를 덮치고 굴다리에서 차량이 침수되는 등 이날 하루 96건의 폭우 피해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이번 폭우로 전국 14개 시도에서 8천852명이 대피했다. 이 가운데 5천541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우로 충북 청주에서 열차 탈선사고가 일어나 16일까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오후 한국철도공사 서울차량사업소 인근에 열차들이 정차해 있다.
한국철도(코레일)는 15∼16일 무궁화호·새마을호 모든 열차 운행을 중단했으며, 오는 17일부터 경부선 등 일부 노선에서 최소 수준으로 운행하기로 했다.
KTX는 중앙선·중부내륙선 KTX-이음과 수원·서대전 경유 KTX를 제외하고 대부분 운행 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남부 내륙과 산지, 충청권, 남부 지방, 제주도에 호우 특보가 발효 중이다.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후 1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충남 청양 570.5㎜를 최고로 충남 공주 511㎜, 전북 익산 499.5㎜, 세종 486㎜, 경북 문경 485.5㎜, 전북 군산 480.3㎜, 충북 청주 474㎜, 전남 구례 성삼재 366.5㎜ 등이다.
기상청은 오는 18일까지 충청권, 전라권, 경북 북부 내륙, 경남권, 제주에 100∼200㎜, 많은 곳 250㎜ 이상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하고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출을 자제하고 강변 산책로나 지하차도에 출입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장아름 김동철 김선형 김소연 박성제 이승형 정경재 천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