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유입 많은 애틀랜타 경제, 전망 좋아도 지금은 기존 비즈니스 잘 지키는 것이 중요”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비율 높긴 하지만 상당부분 ‘오너 오큐파이드’로 리스크 낮아”
“조지아 한인들은 한인 은행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LA나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히 강한 로열티를 갖고 계셔서 은행장으로서 감사와 함께 책임감을 무겁게 느낍니다.”
김동욱 제일IC은행장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로컬 경제 동향과 조지아만의 특징을 설명하며 타지역보다 ‘코어 커스토머'(core-customer) 층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 출범한 제일IC은행은 현재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을 기반으로 뉴욕, LA 등지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2009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행장은 그동안 은행의 질적, 양적 성장을 주도했다. 일문일답을 통해 한인경제의 현황과 은행의 경영현황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은행 고객을 통해 본 한인경제 변화는= 김 행장에 따르면 은행의 예금 고객은 절반 이상이 한인 고객인 데 반해, 대출 고객은 타인종이 70%에 달한다. 한인 비즈니스 오너의 절대적인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정확히 어떤 시기를 기점으로 준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한국 오너분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들이 많이 운영했던 주유소, 호텔, 모텔, 리커 스토어, 그로서리 등의 사업 상당수가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타인종 오너에게 팔렸다. 한인들이 사업을 팔면서 자연히 타인종 대출 고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제가 2009년 조지아에 처음 왔을 때 그로서리 업계에 한인 오너들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주유소, 리커 스토어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그 이후 자녀들이 부모님의 사업을 물려받지 않아서 타인종에게 판 경우가 많습니다. 또 문 닫는 세탁소도 많아졌죠.”
김동욱 제일IC 은행장은 기존 비즈니스의 확장 보다는 경제 환경의 추이를 지켜볼 것을 조언했다. 윤지아 기자
▶현재의 경기판단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운영을 조언한다면= 김 행장은 애틀랜타의 로컬 경제가 LA나 뉴욕, 뉴저지에 비해 “결코 나쁘지 않다”며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 지원 등의 이유로 사업이 순탄했던 뷰티 서플라이와 리커 스토어 같은 경우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경기둔화와 연착륙 가능성이 엇갈리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김 행장은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있는 것을 잘 지키면서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요즘 의견이 분분한 애틀랜타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김 행장은 “모든 상업용 부동산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거시적으로 봤을 때 렌트비를 받아 운영하는 리테일과 오피스 건물은 내리막 트렌드”라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의 입장에서는 해당 부동산의 소유주가 부동산을 점유하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즉, ‘오너 오큐파이드'(owner occupied)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김 행장은 지적했다. 그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렌트비를 받아 은행 대출금을 내는 오피스 건물 등이다. 그러나 우리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은 상당 부분이 소유주가 직접 부동산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오너 오큐파이드’인 주유소, 호텔, 세차장 등이어서 리스크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또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은행의 부동산 대출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부동산 담보 대출이 많기는 하지만 잘 정비된 부동산 대출은 사실 일반 신용대출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높은 부동산 대출 비율을 감안한 은행의 리스크 관리는= “은행의 론을 부행장들과 일일이 다 확인하고 결재를 내리며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조지아 은행들이 많이 문을 닫았는데, 그때 건설 융자때문에 많은 은행들이 피해를 입었죠. 그 이후 일정 이상의 다운페이먼트, 대출자의 사업 경력 등을 철저히 살펴 관리하고 있습니다. ”
그 결과, 제일IC는 지난 1분기(1~3월) 3개월 이상 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NPL)이 0.03%로 전국 한인은행 13곳 중 가장 낮았으며,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11%로 1위를 기록했다고 김 행장은 밝혔다. 1분기 전국 한인은행 13곳의 평균 ROA는 1.19%이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