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우리 부부는 지미 카터의 고향 플레인스를 향해 출발했다. 언젠가 한번 가보자고 벼르던 곳이다.
큰 아들이 고등학생이었을 때,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의 모교인 해군사관학교를 보러 갔었다. 해사 출신들 중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사회 각층에 지도자들이 많았다. 입학하면 기숙비까지 지불되고, 지도력을 훈련하고, 공부도 육체적 훈련도 극심하지만, 거기서 생존하면, 사회 어디서도 생존할 것 같고, 그래서 아들은 해사를 갔다.
지미 카터 부부는 2023년 7월 7일로 77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미국 대통령들 중에 최고 기록이다. 그분들이 태어나고 지금도 사는 그곳, 정부가 지정한 역사 공원을 찾아 갔다.
집에서 165마일, GPS가 3시간 반이 걸린다고 했다. 교통체증이 애틀랜타 도시 지역을 벗어나니 차 길도 한가하고, 넓은 들판, 달려가도 끝없는 들판, Plains, 들판 위로 흰구름이 뜬 파란 하늘, 길가에 가끔 보이는 십자가가 달린 작은 교회들, 그리고 작은 옛날 집들, 아직도 사람이 살지 않는 그렇게 넓은 들이 옛날 그대로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플레인스에 도착해, 카터 공원 안내소에 갔다. 여직원이 안내 지도를 주며, 카터 대통령의 “역사 공원”으로 지적된 둘러볼 곳을 지적한다: 철도 역, 고등학교였던 카터 뮤지엄, 카터 생가, 카터가 지금 사는 집, 카터가 나가는 교회.
철로 길 가에 상점들이 7개가 있는 일자로 선 이층 빌딩과 철길 넘어 하얀 작은집, 그 집이 철도 역이며 지미 카터 선거 본부였다고 하는데, 그 것이 다운타운이라고 한다. 손바닥만 한 다운타운, 우리가 본 미국에서 가장 작은 마을 같다.
전에 고등학교였지만, 지미 카터 뮤지엄이 된 건물 안에 들어갔다. 안내 여직원이 다른 방문자와 이야기한다. 우리는 옆 방 기념품 상점에서 카터 뮤지엄 문양의 티셔츠를 하나씩, 그리고 카터가 쓴 책들 중에 그의 어린 시절 회고록을 샀다.
고등학교 방마다 지미-카터와 로사린 카터의 사진들, 기록물, 책상과 의자, 계속 돌아가는 영상으로 채워졌다. 늙은 대통령 부부의 실물 크기 사진 바로 앞에 우리 부부 얼굴이 보이게 사진도 찍었다.
책을 읽으니 지미 카터가 대학으로 떠날 때 그 마을의 600명 주민들 중에 이혼한 가정은 하나도 없었고, 주민 모두가 교회를 중심으로 생활했으며, 지미 카터의 아버지는 교회 선데이 스쿨 주니어 반을 가르쳤고, 지금의 보이스카우트과 비슷한 〈왕의 대사들〉 (Royal Ambassador)이라는 청년 그룹을 야영에도 데리고 다닌 지방의 유지이며 지도자였다.
교회 청년들은 금요일에 가정 집에서 모여 친교도 하며 장래의 배우자와 사귀기를 부모들은 원했다. 토요일은 어른들이 집집 마다 돌아가며 모여 파티를 하며 친교를 나눴다. 하루 저녁, 밤 늦게까지 옆 방에서 부모들이 떠들고 음악을 틀어 놓고 춤도 출 때, 카터는 방을 나와 집 앞 나무위의 놀이 집에서 자고 왔다고 아버지에게 야단 맞은 일화도 있다.
카터의 외삼촌이 해군사관학교 출신인데, 카터도 해사를 가길 원했고, 지미 카터는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을 기다려 하원의원의 추천을 받아 입학한 사실도 알았다.
지금, 지미 카터의 아들들과 손자들은 다 고향을 떠나 살고, 몇 대로 물려받은 땅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한다. 1930년대 미국의 대 경제공황을 견뎌온 농촌 마을의 대표로 그의 생가와 농토 일부가 지정되어 정부가 관리한다고 한다.
부친이 작고하자, 지미 카터가 해군 장교 생활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사업을 계승하려 고향에 올 때, 부인은 반대했지만, 고향에서 남편의 정치 활동을 적극 도와 주지사를 거쳐, 미국의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게 하고 백악관에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First Lady Office 라는 자리를 마련하여 정치 일선에서 도왔다고 한다.
2015년 지미 카터가 암에 걸렸을 때 부부는 더욱 더 가까워졌고, 98세인 지금은 호스피스의 도움으로 살며, 로사린도 치매 초기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한가한 평원을 운전하며, 아내와 결혼할 때를 돌아보니, 그때의 내 간절한 소망이 생각났다. 나와 결혼하여 옆에서 도와준다면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가정을 건강하게 지키겠 노라던 각오. 깨진 가정에서 외롭고 가난하게 자란 나의 절실한 소망들, 지금 56년 동안 그 소망들을 이루며 살게 해 준 나의 동반자 당신이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고, 고백했다.
“계속해서 우리 서로 사랑하며 지미 카터 부부처럼 오래 같이 살아갑시다.” “그들처럼 77 년 살려면 21년을 더 살아 야하고 당신은 106살까지 살아야 해!” “사는 날 까지만 노력합시다.” ”좋아요. 우리 둘이 이렇게 여행도 자주 합시다.” 조지아의 남부 푸른 평원 위 하늘은 푸르고 뭉게구름은 두둥실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