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에도 복무지 이탈…DMZ 복무로 위험 잘 알았을 것”
후방 전보 뒤 금주령…미군, 탈영의지 확실한 병사 부실관리
지난 18일 월북한 주한미군 이병 트래비스 킹(23)이 지난해 소속 부대에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킹이 복무지 이탈, 폭행 등 말썽을 많이 일으킨 데다 귀국 거부 의지가 강했던 ‘문제 사병’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월북 사태와 관련해 미군의 관리 소홀이 더욱 부각할 전망이다.
ABC 방송은 22일 관계자를 인용해 킹이 지난해 9월에도 복무지를 이탈했으며 소재 파악이 이뤄진 뒤에도 기지로 돌아가거나 본국으로 귀환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온라인 매체 더메신저(the Messenger)는 21일 자체 입수한 미국 육군의 내부 문서들을 토대로 킹이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 복귀를 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더메신저는 그가 월북하기 전부터 미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을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관리들이 이런 점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사건 보고서’로 분류된 이 문서들에 따르면 킹은 작년 9월 4일 부대에서 미군 부대에서 근무 시작 직전에 늘 이뤄지는 점호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복무지를 이탈한 그는 소속 부대에 “소속 부대나 미국 복귀를 거부하겠다”며 자신이 경기도 의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ABC 방송은 당시 킹 이병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있는 캠프 보니파스에서 수색병으로 복무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캠프 보니파스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쪽으로 400m 떨어져 판문점 바로 아래에 있는 부대다.
이 기지는 미군이 2006년까지 관할하다 한국에 반환했고 현재 한국 육군과 주한미군이 함께 근무한다.
특히 캠프 보니파스에는 판문점 지역 경비를 맡는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부대가 있다. 이 기지의 병력은 비무장지대 관람이나 JSA 관광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BC방송은 “킹 이병이 배치받은 기지의 특성과 수색병으로서 역할을 감안하면, 그가 DMZ를 넘는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문서에 따르면 킹은 복무지 이탈 사건 3주 후인 작년 9월 25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한국인 한명의 얼굴을 때린 것으로 추정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요구에 불응하다가 체포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연합뉴스
킹은 작년 10월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 순찰차의 문을 걷어차 망가뜨리는 사건도 일으켰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킹은 작년 10월 8일부터 올해 2월 24일까지 공판 전 구금 상태에 처했다.
그는 올해 2월 하순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로 갔는데 당시 부대는 킹에게 개인적으로 금주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킹은 순찰차 파손 혐의와 관련한 벌금 500만원을 내지 않아 올해 5월 24일부터 외국인 전담 수용시설인 천안교도소에서 48일간 노역하다가 이달 10일 풀려났다.
문건에 따르면 킹은 그해 2월 구속 상태인 자신을 찾아온 소속 부대 중대장에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군이 킹의 기이한 행동과 폭행 등 여러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미국 송환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서울발 기사에서 비무장지대 관광지의 보안 조치와 킹의 출국 관리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며 미국 정부의 사병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짚었다.
킹은 지난 17일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다음날 JSA 견학에 참여하던 중 월북했다.
킹은 인천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나서 항공사 직원에게 여권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 뒤 다시 안내를 받는 과정에서 공항을 벗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킹 이병의 월북 이후 복수의 경로를 통해 북한측에 킹 이병의 소재 및 안위 파악을 위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북한측으로부터 어떤 응답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2016년 북한 관광 중 억류됐다 풀려났으나 곧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태 트라우마로 킹 이병의 신변 안전을 놓고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