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된 흑인 소년 에멧 틸(1941-1955)을 기리기 위해 그의 죽음과 관련된 주요 장소를 국가기념물로 지정한다고 AP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AP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오는 25일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기념물 지정을 위한 선언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가기념물은 연방정부 소유 토지 등에 설정되는 기념 구역을 뜻한다.
1955년 8월 당시 14살이었던 틸은 미시시피주 소도시의 식료품점에서 백인 기혼 여성 캐럴린 브라이언트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남편 일행에게 끌려갔다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틸의 어머니는 아들 장례식에서 관 뚜껑을 열어놓고 잔혹하게 폭행당한 아들의 모습을 공개했고 백인 배심원단이 틸을 살해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사건은 흑인 민권운동의 촉매가 됐다.
에멧 틸 살해 용의자 J.W. 밀람(왼쪽) 부부와 로이 브라이언트(오른쪽) 캐롤린 브라이언트 던햄 부부가 지난 1955년 9월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소년의 이름을 딴 ‘에멧 틸 반(反)린치법’에 서명했다. 국가기념물 지정 예정일인 25일은 틸의 생일이기도 하다.
사건이 일어난 그해 9월 틸을 추모하기 위해 수천 명이 몰려들었던 일리노이주 시카고 브론즈빌의 교회와 살해범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미시시피주의 법정, 틸의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장소 등이 기념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A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미국에서 인종 관련 교육에 대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노예들이 일을 통해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플로리다주 개정 흑인 역사교육 과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개정 교육과정 수립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노예들이 받은 혜택과 관련해서는 옹호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