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거주하는 기러기 아빠 이모씨, 최근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거액을 잃었다. 이씨는 “전화를 건 사람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했다. 가족의 개인정보도 굉장히 구체적이었고, 전화기 너머 비명도 계속 들렸다. 돈을 입금할 때까지 통화를 계속해 신고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자란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 한국에서 거주하는 여성 김모씨는 최근 LA총영사관 발신 국제전화를 받았다. LA총영사관 측은 김씨와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미국 거주 남성 A씨가 ‘로맨스 스캠’ 사기범이라고 알렸다. 김씨는 이미 한 번도 만나지 않은 A씨에게 1000만 원을 국제송금한 상태. 하지만 김씨는 “그 남자는 선량한 사람으로 거짓말했을 리가 없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사랑을 키웠다”며 믿지 않았다.
해외로 이주한 한인과 한국에 남은 가족을 노린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교묘해져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등 일부는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으로 한국의 이성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거액 송금을 요구하는 일명 ‘로맨스 스캠’에 한창이다.
최근 LA총영사관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사례 중 대표적인 유형은 한국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에 사는 가족이 위험에 처했다며 거액을 요구하는 사례다.
우선 사기범은 미국에 사는 자녀나 배우자 등 가족을 납치·감금했다며 잔뜩 겁을 준다. 범행 대상이 보이스피싱에 넘어오는 순간 사실확인 또는 법집행기관 신고 등의 기회를 차단한다. 사기범이 한국과 미국 장거리 제약과 시차를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거액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이다.
특히 최근 보이스피싱은 범행 대상 가족의 미국 거주지역, 유학 및 직장 정보, 가족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피해자가 의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사기범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올린 한인 이용자의 일상정보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역만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의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최근 동향을 최대한 이용하는 속임수를 쓰는 셈이다.
LA총영사관 강경한 경찰영사는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미국에 사는 한인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선 한국 가족을 대상으로 범행에 나선다”며 “한 번 전화가 연결되면 안부 확인 전화, 신고를 할 수 없도록 계속 시간을 끈다. 한국의 가족이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으면 성급하게 송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소셜미디어로 범행 대상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거액 송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나체 화상통화 유도 후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는 사기도 조심해야 한다.
법집행기관은 가족 납치나 사고 등을 이유로 송금을 요구하는 전화는 사기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화통화를 계속 유도하며 송금을 독촉하면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찰청(112), LA경찰국(LAPD, 213-486-6630), 연방통상위원회(FTC, 310-824-4300)는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고 있다.
LA지사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