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자 셔먼, 27일 법안 설명회…미국정부 “북핵·미사일위협 대응이 우선”
미국에서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북한과 전쟁 상태를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법안을 두고 찬반 여론전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 성향의 미주 한인단체인 원코리아네트워크(OKN)는 26일 워싱턴DC의 내셔널프레스클럽(NPC)에서 한반도평화법안의 위험성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했다.
한반도평화법안은 미국 정부가 한미와 북한 간 전쟁 상태를 공식적으로 끝내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할 것을 주문하는 법안이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브래드 셔먼 의원이 지난 2021년 처음 발의했으나 작년12월 제117회 의회 회기가 종료돼 폐기됨에 따라 지난 3월 재발의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의 브래드 셔먼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2023년 3월 1일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한반도평화법안 재발의 기자회견을 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셔먼 의원 등 법안 지지자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단절된 상황에서 평화협정과 연락사무소 설치가 대화 재개를 촉진하는 신뢰 구축 조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북한의 핵·재래식 무기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하며, 북미 외교관계 수립이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평화협정을 빌미로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헨리 송(송현승) OKN 대표는 “북한의 독재정권에 무임승차권을 주는 달콤하고 유혹적인 가짜 평화”라고 비판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자국민을 계속 착취하고 억압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무조건적인 평화가 있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자신을 탈북민이라고 밝힌 저스틴 서씨는 “나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원하지만, 그 대가가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70년 넘게 노예로 부리고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것이라면 반대한다”고 밝혔다.
OKN은 법안에 지지 서명한 의원들에게 반대 입장을 밝히는 서한을 보내는 캠페인을 하고 정전협정 체결 당일인 27일 의회도서관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할 계획이다.
27일 같은 시간 셔먼 의원은 의회에서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라는 주제로 브리핑을 개최하고 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 행사에는 미국을 방문한 민주당 김경협(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 진보 성향의 한인 유권자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관계자 등 법안 지지자들이 참석한다.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명시한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이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도발 수위를 높여가자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평화협정 논의보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지난 18일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서면 의원이 평화협정에 대한 생각을 묻자 “솔직히 말해서 평화협정보다는 당장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장의 위협은 점점 더 위험해지는 북한의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과 전례 없는 횟수의 (미사일)발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