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거 좀 버리면 안될까?”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남편은 물건을 치우고 버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필요 하다며 꾸역꾸역 짐을 챙기듯 상자 가득 채워 놓고 서는 그 뒤로는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남편의 꾸러미는 치워 버리고 싶은 애물단지로 남아있기 일쑤다. 쓰고 남은 물건이며 내가 사들인 물건들이 집안 구석구석 채워져 있으니 우리가 사는 공간은 사람보다 물건이 주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미니멀 하게 살자 하며 여기 저기서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이나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꿀 팁을 쏟아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집안을 가득 채웠던 물건들은 재활용할 것, 이웃에게 무료로 나누어 줄 것,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 줄 것, 쓰레기가 되어 처분되어 지는 것들로 분류되어 치워지니 집안 분위기가 놀랍도록 새로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때론 그 물건들에게 구속되어 살아 가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가진 게 많으면 행복해지는 걸까? 옷, 가방, 그릇, 책, 가구, 가전제품, 운동기구, 악세서리, 식료품, 의약품, 취미 용품까지 이렇게 우리는 다양한 이유들로 많은 것들을 구입한다. 분명히 그땐 모든 것이 정당한 이유와 필요가 있어서 사들인 것이라 생각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안다. 많은 것들은 없어도 되었음을.
미니멀 유목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투버의 이야기다. 여행 인솔자를 하던 그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신경도 날카롭고 예민해져 물건에 집착하기도 하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제일 좋고 비싼 것들로 자신을 꾸미면서 살았는데 늘 자존감은 바닥 이였고 행복하지도 않았었다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일년의 반이상은 인솔자로서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언제나 챙겨야 할 짐과 사람이 많아 그 좋은 곳을 다녀도 제대로 보고, 느끼며 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이 없는 몇 달은 오로지 자신을 위한 여행을 하게 되었고 몇번의 여행을 하 는 동안 자신이 짊어지고 다니는 가방이며 물건들이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졌고 그때부터 그는 비우는 작업,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 떠나고 돌아오기를 되풀이하면서 미니멀 하게 살기를 실천하고 알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가진 게 많을 때 보다 물건에 대한 집착이 없어졌고 비록 필요한 게 없어도 불편해 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할수 있는 여유로움을 알게 되었으며 오히려 가벼운 걸음으로 주변을 살피고 감상하니 보는 즐거움과 다른 사람들 과도 기꺼이 나누며 걷는 행복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싸고 좋은 물건과 자랑하고 픈 일의 성과에도 없었던 그의 자존감은 오히려 값싸고 볼품없는 모습 이어도 꼭 필요한 물건들만 지녔을 때, 그리고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알게 되었을 때 소중하고 높아 졌다고 말한다. 덜 필요한 물건은 비우고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로 바꿔 나가면 나의 공간 뿐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삶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고 나만 바라보던 시선은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까지도 생기게 될 것임을 알게 해주었다.
요즘같이 구매 욕구를 끊임없이 불러 일으키는 세상에서 가지고 있던 물건을 처리하고 비우는 일은 누군가에겐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나 역시 무엇을 버리고 나눠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은 찬찬히 나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많은 것들을 살펴보고 가려내는 일을 해보려 한다. 소중하고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는 작업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앞서 가벼워진다.
미니멀 하게 살기는 이미 무겁도록 너무 많은 것들로 덮여져 버린 세상에서 가볍게 좀 살아 달라고 우리에게 부탁하는 세상의 외침이 아닐까 싶다. 비우고 가려 내는 동안 나에게 꼭 필요한 건 무엇이고,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과연 무엇일까? 묻고 대답하며 가볍게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