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온열질환은 장시간 방치할 경우 뇌와 호흡기, 신장 등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약자·만성질환자는 특히 예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통칭한다. 더위에서 활동한 뒤 30초가량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열경련, 손과 다리가 붓는 열부종 등은 비교적 경미한 온열질환에 속한다. 하지만,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일사병(열탈진)·열사병이 올 수도 있다.
우리 신체는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의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가면서 두통·구토·어지럼증·무력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일사병이다.
열사병은 일사병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치료받지 않으면 치명률이 100%에 달할 정도로 한층 더 위험한 상태다. 중추신경에 장애가 일어나 정신이 혼미해지며, 오심·구토 증상은 심해지는 반면 더 이상 땀이 나지 않는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40도 이상 오르는 열사병에 이르면 신체의 체온 조절기능이 고장 나 오히려 땀이 안 나게 된다”며 “뇌에 손상이 오면서 의식을 잃게 되고, 전신의 장기에 문제가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몸 곳곳에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로 회복한다면 큰 문제없지만, 치료가 지체되는 경우 뇌신경 쪽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탈수 상태가 지속되면서 혈관질환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심·뇌혈관질환, 고혈압·저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경우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
한국에서 올해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 가운데 연령대별로 50대가 20.7%(210명)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60대 16.9%(172명)이었다. 65세 이상으로 따지면 27.3%(277명)에 달한다.
발생장소별로는 실외작업장(32.7%), 논밭(13.9%), 길가(11.4%) 순으로, 실외(81.7%)가 실내(18.3%)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건강한 10~20대라 하더라도 고온의 야외 환경에 오래 노출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예방법은 ▶시원하게 지내기(외출 시 햇볕 차단, 헐렁하고 가벼운 옷 입기) ▶물 자주 마시기 ▶더운 시간대에는 활동 자제하기 등을 폭염 대비 3대 건강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변에서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면, 즉시 서늘한 곳으로 옮겨 체온을 낮춰주는 게 급선무다. 의식이 있다면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하면 좋지만, 의식이 없다면 질식 위험이 있어 먹이면 안 되고 즉시 응급 신고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