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온난기보다 지금 기온이 더 높아”
기후위기와 맞닥뜨린 현재의 지구가 지난 1천200년간 지표면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진 시기와 비교해도 가장 덥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스위스 연방 연구기관인 숲·눈·경관 연구소(WSL)가 최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인해 온난화한 지구 온도는 중세 이후로 전례가 없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스칸디나비아반도 일대와 핀란드, 스코틀랜드 등지에 퍼져 있는 소나무 188그루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지구의 기온을 추적했다.
많게는 1천200년 가까이 된 소나무들로, 연구진은 나무들의 나이테에 있는 세포 5천만개에서 세포벽 두께 등을 측정했다. 나무의 나이테에 있는 세포에는 형성 당시의 온도와 그 변화폭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가 담긴 점에 착안한 것이다.
단순히 나이테의 밀도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온도 이외에 다른 변수의 영향까지 받게 되기 때문에 연구진은 탄소 안정 동위원소 분석 등 다각적인 연구방법을 적용한 결과 온도 정보를 과학적으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과정을 통해 추출한 나이테 온도 정보를 토대로 나무가 서식한 지역의 오늘날 기온이 지난 1천200년간의 자연적 온도 범위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현재 기온이 이전 시기보다 큰 격차를 두고 높아졌다는 취지다.
연구진은 나이테 속 온도 정보에 비춰 지구 온난화의 시기로 불리는 현재와 종종 비교되는 중세 온난기(MWP)에 지금보다 기온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연방 연구기관인 숲·눈·경관 연구소(WSL)의 기후연구 보고서 소개 글. WSL 홈페이지 캡처
중세 온난기는 950년부터 1250년까지 유럽과 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정도 높아진 기간을 지칭한다. 전 지구적 현상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남아 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중세 온난기가 이전에 생각했던 만큼 따뜻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이번 연구에 담겨 있다”면서 “적어도 지난 1천여년간 현재의 온난화가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