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영화를 좋아하는 한인 이민자들이라면 요즘 할리우드가 파업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도 사람이 일하는 곳이니만큼 노조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배우조합(SAG-AFTRA), 작가조합(WGA), 감독조합(DGA), 스태프노조(IATSE)가 있다. 이중 작가조합은 지난 5월 1일부터, 배우조합은 지난 7월 14일부터 영화 작업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삶을 사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가들이 왜 촬영장을 나와서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을까. 이에 대해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1) 코로나19 이후 인플레로 인한 실질적 소득감소 (2) AI 등 신기술로 인한 일자리 부족 때문이라고 말한다.
할리우드 영화계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관이 문을 닫고 영화, 드라마 수백편이 촬영 중단되어, 관계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고통을 겪었다. 반면 넷플릿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방안에 갖혀있는 사람들에게 극장용 영화가 아닌, 저예산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등을 공개해 큰 인기를 끌어 기록적인 수입을 올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자 인플레이션으로 배우, 작가들의 실질 소득이 줄었다. 게다가 스트리밍 회사들은 극장용이 아닌 소규모 영화, 드라마만 찍었고, 그 결과 배우, 작가들의 근로기간과 수입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CHAT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작가, 배우들의 일자리를 뺏을수도 있다는 것이 배우, 작가들의 우려다.
작가협회(WGA) 라티노 작가위원회의 호르헤 리베라(Jorge Rivera) 부회장은 할리우드에서도 유명 배우, 작가 몇명을 제외하면, 배우, 작가 1만1000명의 수입은 연간 2만4000달러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제 작가와 배우들은 1년에 10주를 일하면 오래 일하는 편”이라며 “이정도 일해서 나오는 수입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작년에 2천억달러를 벌었다며, 배우, 작가노조원들은 이중 불과 2%인 4억5천만달러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AI의 발달로 작가, 배우, 감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번 파업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리베라 작가는 “우리 영화 작가들도 호텔 청소부들이 겪는 고통에 동감한다. 우리 작가들도 똑같은 처지”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휴유증과 낮은 임금은 호텔 청소부들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다 브리세뇨는 LA카운티, 오렌지 카운티, 애리조나에서 3만명이 가입한호텔노동자 노조(UNITE-HERE Local 11) 공동회장이다. 그는 LA, 산타모니카, 애너하임, 어바인, 비벌리힐스에서 열리고 있는 호텔노동자 파업에 대해 “호텔업계는 기록적인 수익을 내고 있으나, 정작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주거비에 시달리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호텔 노동자들은 호화로운 호텔 내부 시설을 청소하지만, 정작 이를 청소하는 사람들은 주거비를 감당못해 자동차에서 자고 있다며, 임금인상, 의료보험 보장을 요구했다.
LA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청소부인 루세로 라미레즈는 “규모가 큰 5성호텔에서 하루 방 6개를 청소하는데, 방 크기도 넓고 청소하는 범위도 크고 신경써야 할 곳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월급 3000달러를 받아서 1000달러를 렌트비로 내고 부모님을 모시다보면 남는게 없다”며 “내 동료들 가운데는 LA의 높은 렌트비를 감당못해 2-3시간을 자동차로 달려 출근하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건강에 대해 더욱 신경쓰게 되는데 아직 의료보험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마리에 엘레나 두라조(Maria Elena Durazo)는 “캘리포니아주의 계약노동(gig economy) 경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는 계약노동자(gig workers)가 130만명에 달하며, 우버 등 자동차 운전 앱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중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은 임금노동자가 아닌 계약노동자(contractor)로 분류돼 사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
UCSB 교수인 넬슨 리히텐슈타인(Nelson Lichtenstein)은 1930년 대공황 때부터 활발해진 노조는 과거 부패와 비효율적이라는 이미자가 있었으나, 최근 배우나 운동선수 등 다양한 인플루엔서와 젊은 세대가 노조에 참여하면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한인 이민 비즈니스들은 월급을 올려줘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목소리가 높지만, 일하는 사람들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벌이가 모자란다고 하소연한다. 이러한 상황은 개별 비즈니스나 기업들이 해결하기엔 큰 문제다. 정치권이 먼저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의료보험 등을 보장하고, 기업들에게는 아마존 등의 독과점을 방지해서 스몰비즈니스의 숨통을 트이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