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국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끝내 파행 국면을 맞았다. 참가국 158개국 중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한 국가인 영국이 행사장서의 철수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영국 대표단의 조기 철수 방침으로 향후 다른 국가들이 줄줄이 이탈을 선언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지 우려가 따른다.
한국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영국 대표단의 철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후 벌어질 상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쿨링 터널에서 열기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
◇ 영국 스카우트 “서울에서 잼버리 할 것”
영국 공영방송 BBC는 4일(현지 시각)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표단이 행사장에서 철수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앞서 성명을 내어 앞으로 사흘에 걸쳐 청소년 대원과 성인 자원봉사자가 새만금에 있는 잼버리 현장을 떠나 서울에 있는 호텔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4천500여명을 파견한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우리의 파견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이것이 전반적인 현장의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청소년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최대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국 당국과 활동 프로그램을 협의해 서울에서 잼버리 체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 측은 애초 계획대로 잼버리가 폐막한 다음 날인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영국 스카우트 그리고 관련 한국 정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주한 영국대사관이 전했다.
폭염에 탈진한 참가자들이 잼버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로이터
◇ 조직위 “파악된 바 없다”→”통보 있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최초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런 상황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취재가 거듭되자 “영국 대표단이 오늘(4일) 오후 세계 스카우트연맹을 통해 (조기 퇴영을) 통보했다”고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영국 대표단이) 조기 퇴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조기 퇴영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문의했다”면서 “퇴영을 하게 되면 어떻게 지원해줄 건지 이런 이야기를 물어봤다”고 말했다.
내부 소식통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늘 밤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결정된 것은 내일 오전에 버스 20∼30대 정도로 움직일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한번 움직일 때 1천∼1천200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 서울 용산의 한 호텔로 이동하는 것까지 확정됐다”며 “아마 호텔에는 점심 때쯤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도미노 이탈’ 우려…여가부·전북도 “상황 파악 중”
영국 대표단의 조기 퇴영 소식에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단일 국가로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 스카우트단이 야영장을 떠나면 타 국가들도 조기 퇴영을 결정할 수 있어서다.
당장 대회 개최지인 전북도와 공동 조직위원회를 맡은 여가부는 전전긍긍해 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아직 (조기 퇴영을) 정식으로 통보받지는 못했다”며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현장 분위기가 오늘부터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와 안타깝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스카우트) 철수는 스카우트가 조직위원회에 공식 절차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영국 대표단의 철수 상황을 현재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대표단이 철수하면 조직위가 잼버리 개막 당시 기대했던 6천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는 물론이고, 국격 실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잼버리는 개막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탈의실, 부실한 식사, 조직위의 안일한 운영 등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조직위는 비판 보도가 나온 뒤에도 ‘스카우트 정신’을 강조하며 대회 일정을 강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