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어본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다. 아마도 학창 시절 영어 시간에 읽을 때 아 이런 시도 있구나 했을 것이다. 한 이웃 분의 아프리카 선교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분이 좋아한다는 이 시를 다시 읽으니, 이 시가 새로운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온다.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만약 내가 애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I shall not live in vain;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한 영혼의 괴로움을 내가 덜어줄 수 있다면)/Or cool one pain, (한 아픔을 내가 덜어줄 수 있다면)/Or help on fainting robin (죽어가는 로빈 새 한 마리를)/Unto his nest again, (그의 둥지에 올려 눕혀준다면)/I shall not live in vain.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
교회에서 알게 된 은퇴한 의사 부부, 조용한 그분과 인사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은 그와 내가 호랑이 띠, 같은 나이라는 것, 그들 부부는 젊어서 아프리카 의료 선교를 여러 번 다녀왔고, 미국 큰 병원에서 은퇴하고 나서, 영구 선교사로 케냐에 가서 거기서 삶을 마치리라고 결단하고, 자비로 갔었던 분이, 5년 봉사 후에 사연이 있어 미국에 다시 오신 분이라는 것이다.
기회가 있어 그의 집에 가서 그가 보여 주는 슬라이드를 볼 기회가 있었다.
슬라이드 속에는 선교사들이 세운 케냐의 큰 병원에서 그가 원주민 의대생들에게 강의하는 병리학 실습 과정도 보였다. 그의 부인은 남편의 강의와 연구실에 도움이 되는 기술들을 배워 전속 기술적 도우미가 되어 환상적이고 전문적인 한 팀으로 아프리카 미래 의사들을 기르는 일상의 단편들이 보였다.
아프리카에서 그들 부부의 삶의 조각들을 슬라이드를 통해 보고 있는 동안, 그들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외계, 화성이나 아니면 금성 어디에서 봉사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고통받는 이웃 사랑의 차원이 높기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선교사 하면 슈바이처가 생각난다. 의사, 음악가, 철학자, 신학자인 그의 ‘생명에 대한 경외’ 정신으로 아프리카 의료 봉사를 통한 인류의 형제애를 실천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그 상금 모두를 아프리카 병원에 바쳤다.
동식물과 인간,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의 생명을 존경하고, 의료 시설이 열악하여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프리카에 병원을 차려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생을 바쳤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이론에 의하면 슈바이처의 의식의 단계는 사랑의 단계이다; 무조건 이웃을 용서하고, 세상을 향해 무조건적인 헌신하며, 나와 네가 하나의 경지가 되며,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루는 경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경지.
한국인 아프리카 선교사 중에 이태석 신부도 널리 알려졌다. 의사로서 아프리카 선교를 하다가 2008년 한국에 잠시 왔을 때 대장암 4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아프리카로 돌아가 파다가 만 우물을 파야 된다고 가려고 했으나, 주위에서 말려 가지 못하고 결국 사망한 선교사,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선교사이다.
‘너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이 구절은 이태석 신부님을 이끈 구절이고,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다.’ 이 성경 구절은 이웃에 사시는 은퇴 선교사님을 인도하는 구절이다.
미국의 큰 병원에서 은퇴하고 자비로 아프리카 선교를 떠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형제들을 도우려 병원에서 죽을 때까지 헌신하다 죽어서 거기에 묻히리라 던 분, 그분도 미국에 왔을 때 심장 수술을 받았다.
그분이 좋아하는 디킨슨의 시를 다시 읽으니, 지극히 작은 것들을 돕고 사랑하는 의미가 하나님과 동행하며 그의 일을 돕는 것 같다. 슈바이처의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우물 파기, 이웃 선교사의 아프리카 병원을 위한 헌신, 그들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가 아닌 우리 주위에도 어려움과 아픔은 너무 많다. 일상에서 내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는 작은 일, 전문 직업을 통한 사회의 도움, 생명들에 대한 작은 보살핌,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을 한다면, 우리의 삶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웃을 대한다면, 우리의 삶도 결코 헛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