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행을 꿈꾸며 남미 콜롬비아와 중미 파나마 사이 험난한 ‘다리엔 갭’ 정글을 넘는 이민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4일(현지시간) 파나마 이민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다리엔 갭을 통과한 이민자 숫자는 24만8천901명으로, 지난해 1년간의 24만8천284명을 넘어섰다.
이는 이미 역대 가장 높은 수치로, 올 12월까지 4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마리아 이사벨 사라비아 부청장은 지난달 31일 현지 일간지인 라에스트레야데파나마와 라프렌사파나마 등 인터뷰에서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 이들의 약 20%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며 “미성년자 중 절반은 5세 이하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파나마 사무소 역시 전날 보도자료를 내 “올해 벌써 4만명 넘는 미성년자가 악명 높은 다리엔 갭 정글을 건넜다”며 이는 지난해 전체를 압도하는 숫자라고 경고했다.
유니세프는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이 다리엔 갭을 횡단하며 소지품과 신분증, 심지어 현금까지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입고 있는 옷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국적별로는 베네수엘라와 아이티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나마 이민청은 확인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주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대륙 또는 중국 출신 이민자도 조금씩 느는 추세다.
베네수엘라 , 에콰도르, 아이티에서 온 일단의 이민자들이 2023년 7월 9일 콜롬비아 아칸디에서 다리 엔 갭의 리오 무에르토 강을 건너고 있다. 로이터
다리엔 갭은 콜롬비아 북쪽과 파나마 남쪽에 위치한 열대우림 지역이다. 산, 늪, 급류와 밀림으로 이뤄진 데다 독거미와 독사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은 야생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던 이곳은 지난 2∼3년 전부터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로 향하는 이주민의 주요 도보 이동 통로가 된 상황이다.
현지에서는 정글을 통과하는 데 성인 기준으로 열흘가량 소요된다고 말한다. 다만, 정글을 넘다 탈진하거나, 야생동물이나 범죄자 습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곳을 통과하려다 숨지거나 실종되는 사례는 2021년 51명(유엔난민기구 집계)을 비롯해 최근 수년 새 매년 수십명씩 발생하고 있다. 실종 사실이 파악조차 되지 않는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와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강제 이주와 불규칙한 이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