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경계심 없이 그냥 평온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어 흉기를 휘두르며 공격해 온다고 상상해 보자. 끔찍한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니 상상조차도 하기 싫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지난달 7월 21일, 관악구 신림동 신림 지하철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오후에 그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33 세의 조 선이라는 자의 소행이었다. 그것도 남자만 골라서 공격하였다. 그야말로 무작위 공격에 한 사람은 목숨을 잃었고 세 사람이 크게 다쳤다. 경찰이 출동하여 범인을 검거해 구속 송치했다는 소식이다.
범인은 횡설수설하며 논리적 진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는 보도였다. 범인은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외견상으론 어떤 사람이 정상이고 또 어떤 사람이 비정상인지 판단할 길이 없다. 즉, 내가 길을 가다가 언제 어디서 공격 당할지 미리 알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안 다닐 수도 없지 않은가.
이는 일종의 사코패스라 한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란 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성격 장애 분류이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대부분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는 정신질환에 속하는 질환으로 그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치기로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이 있고 13일 후인 지난 8월 3일엔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근처에서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엔 자동차가 인도에 뛰어들면서 다섯 명에게 무작위 상해를 입히고 차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흉기를 꺼내 들고 AK플라자에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찌르고 공격하여 아홉 명이 흉기에 찔렸다.
모두 14명이 피습되었다. 인도에 뛰어든 차량에 상해를 입은 여성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22세의 최 모 씨로 역시 횡설수설하여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보도다. 다시 말해 정신 질환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뿐 아니다. 일종의 범죄 모방심리에서인지는 몰라도 각종 SNS에 이상한 살인 예고성 글이 올라온다는 점이다. ‘범죄 모방심리’인지 ‘장난삼아 올리는 글’인지는 몰라도 경찰 당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중장비 진압 무장 차량과 진압 전투복을 입고 대비한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황당하다.
지난 8월 3일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의 흉기 난동이 있었던 직후에 텔레그램,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잠실역과 오리역 등에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그중의 하나를 여기에 옮긴다.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습니다.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습니다. 저를 죽이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죽이겠습니다. 오리역에서 칼부림하는 이유는 제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입니다. 네(전 여자친구)가 아는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어.』
이런 부류의 글들이 SNS에 무작위로 오르니 무시할 수도 없고, 대처하자니 엄청난 인력과 제제 시설 동원이 수반되니 진퇴양난이다. 이를 방치할 수도 없고 일일이 대응하자니 인력과 장비의 엄청난 동원, 이를 어쩐단 밀인가? 이젠 여기저기서 너도, 나도 흉기 난동 예고 글을 마구 올리고 있단다.
한국은 총기의 개인 소유가 금지되어 있으니까 그 끔찍한 흉기로 난동을 부리지만 미국의 경우는 개인 총기 소유가 가능한 곳이기에 무작위 총기 난사가 엄청 심각하다. 총기를 든 자가 각급 학교에 난입하여 무작위 총기 난사로 어린 생명이 죽어 나간다. 언제 어디서 또 이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이 고장도 예외가 아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텍사스에서 한인 임신부와 남편이 괴한의 총탄에 희생되었다. 미국 곳곳에서 잊을 만하면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다. 왜 미국은 총기 규제 법안을 마련 못 하는 것일까? 이곳에 거의 반백 년을 살고 있지만, 총기 규제 문제만은 이해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양측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큰소리만 칠 뿐 어떤 조치가 없다.
다만 전미총기협회, 소위 NRA라는 단체가 여야를 막론하고 로비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 엄청난 뒷거래가 있기 때문이란 입 소문만 난무할 뿐이고, 실질적인 총기 규제 법안은 오리무중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흉기 난동과 총기 난동이 언제 쯤 사라질 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