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매업체들이 ‘불청객 퇴치’ 수단으로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고 있다고 시카고 선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대형 약국체인 ‘월그린스'(Walgreens)는 시카고 시내 일부 매장 입구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있어 화제가 됐다.
선타임스는 월그린스가 매장 주변을 배회하는 이들과 걸인들, 외벽 인근에 자리 잡은 노숙자 등을 쫓기 위해 ‘오케스트라 보안요원’을 고용한 것이라며 “서부 지역의 여타 주요 소매업체들이 먼저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7-Eleven)을 비롯한 일부 소매업체들이 캘리포니아 등에서 유사 방법을 사용해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시카고 북부 교외도시 디어필드에 본사를 둔 월그린스는 “부랑인들이 매장 주변에 모여드는 것을 막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이 어떤 이유로 그런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해당 월그린스 매장 고객 캐롤 헤네시는 “선곡이 너무 단조롭다.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다는 불만을 소셜미디어에 토로하기도 했다.
‘시카고 노숙인 연합’ 더글러스 셴켈버그 사무국장은 “노숙인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주택 부족이다. 노숙인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들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고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시책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카고 시내 세븐일레븐 매장은 시끄러운 오페라 음악, 동요, 고강도 조명 등을 이용해 부랑인들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선타임스는 시카고 시내 월그린스 매장 3곳에 가보니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이 반복해 흘러나왔다며 “그러나 ‘역효과’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2년차 노숙자 케빈 그레그는 “노숙자 쉼터가 불법입국자들로 꽉 차버려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장 외벽 아래와 인근 화단은 뜨거운 햇살과 비를 피하기에 좋은 자리다. 음악까지 흘러나오니 더욱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가급적 매장 고객들에게 접근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살 물건이 있을 때 매장 안에 들아가면 직원들이 우리를 경계하며 뒤따라 다닌다”고 아쉬워했다.
시카고에 기반을 둔 소매컨설팅업체 ‘멜라니피 앤드 어소시에이츠'(Melaniphy & Associates) 존 멜라니피 사장은 “대도시·교외도시 불문하고 소매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촉발된 혼란과 점점 더 늘고 있는 절도 사건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고객이 많은 매장 위치를 유지하면서 범죄와 청소년 난동을 억제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켜놓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고객들을 크게 방해하지 않고, 경찰을 세워놓지 않아도 되고, 위협적이지 않은 방법”이라며 “소매업체들은 주고객들이 보안에 대한 염려 없이 매장을 들고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