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볼·메가밀리언스 45개 주에서 판매
앨라배마·알래스카·하와이 등에선 금지
당첨 확률 3억분의 1 그래도 구입 늘어
#1. 식지 않는 복권 열풍
폭염과 함께 한동안 복권 열풍이 뜨거웠다. 지난 7월 19일, 파워볼 추첨에서 미국 복권 역사상 6번째로 큰 잭팟 상금 당첨자가 캘리포니아에서 나왔다. 당첨금은 10억8000만 달러였다. 원화로 계산하면 1조4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다.
그리고 지난 8월 8일 저녁에는 메가 밀리언스 복권 추첨이 있었는데 플로리다에서 1명이 당첨됐다. 상금은 미국 복권 역사상 3번째로 많은 금액인 15억8000만 달러였다. 1996년 처음 시작된 메가 밀리언스 복권만으로 따지면 역대 최대 당첨금인데 원화로는 무려 2조원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1970~80년대에 주택복권이 성황을 누렸다. TV에서 추첨방송을 했는데 진행자가 “준비하시고…쏘세요!”라고 하면 번호가 적힌 둥근 판이 돌아가고 거기에 화살을 쏘는 방식으로 추첨번호를 뽑았다. 올림픽을 전후해서는 올림픽 복권으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지만 결국 새로 등장한 현대식 복권인 로토에 밀려 2006년에 폐지됐다.
복권의 시초는 고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의 네로 황제 등 여러 황제가 황실의 경비조달을 위해 복권을 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근세에 들어와서는 이미 15세기부터 유럽의 영주들이 복권을 발행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1569년에 복권을 발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17세기에는 이미 복권 발행이 보편화됐는데 교회나 학교 등 공공시설 건설이나 복지나 자선사업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버드 대학 기숙사 건축비가 복권발행을 통해 조달됐고,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구 소련에서 전비 충당을 위한 목적으로 복권을 발행한 적도 있다. 지금도 복권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복권 수익금을 저소득층 주택건설이나 교육 예산 투입 등 명분 있는 사용처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파워볼과 메가밀리언스
미국에서는 파워볼과 메가 밀리언스 복권이 대표적인 추첨식 복권이다. 파워볼은 전국 50개주 가운데 45개 주와 워싱턴DC,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판매된다. 게임에 참여하려면 한 게임에 2달러를 내야 한다.
파워볼 1등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1~69 번호 가운데 5개와 파워볼로 불리는 빨간 공의 숫자 1~26 가운데 1개를 모두 맞혀야 한다. 번호 선택은 본인이 직접 골라 적어내거나 자동판매기가 무작위로 내주는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1등 당첨 확률은 2억9220만분의 1이라고 하니 정말 백사장에서 빨간 모래알 하나를 찾는 것 이상의 확률이다. 지금은 매주 월, 수, 금 오후 7시59분, 주 3회 추첨한다.
또 다른 복권인 메가 밀리언스는 원래 ‘더 빅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1996년부터 시행되다, 한동안은 더 빅 게임 메가 밀리언스로 불리기도 했다. 파워볼 복권과 비슷하게 전국 45개 주와 워싱턴DC,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복권 구매가 가능하다. 추첨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휴일 포함) 8시이며 추첨 장소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WSB-TV 스튜디오다. 매번 최소 당첨금액은 2000만 달러이며 당첨자가 없으면 상금은 다음 회차로 이월된다.
잭팟 당첨금은 30년 연금 방식이나 일시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30년 연금방식을 택하면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매년 5%씩 인상된 금액을 수령하게 된다. 추첨 방식은 파워볼과 비슷하다. 1~70 사이에 있는 번호 가운데 5개를 맞춰야 하며 추가로 1~25숫자가 적힌 금색의 메가볼 1개도 맞춰야 1등 잭팟 상금을 가질 수 있다. 1등 당첨확률은 3억257만5350분의 1이다. 복권 구매는 추첨일 오후 7시 45분 전까지 해야 해당 회차에 유효하다.
전국 50개 주 가운데 복권을 판매하지 않는 주는 특이하게도 도박이 합법적으로 허용된 네바다주를 포함해 앨라배마, 알래스카, 하와이, 유타 등 5개 주다. 참고로 복권을 단체로 구입할 수도 있는데 이때 최대 참여 인원은 100명까지다.
#3. 인생역전의 신기루
“2달러를 손해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10억 달러를 손해 보시겠습니까?” 라는 것이 복권국의 광고 문구다. 2달러 투자로 운만 좋으면 10억 달러, 한 방에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다는 유혹이다. 하지만 복권 당첨으로 갑자기 돈 벼락을 맞은 사람 중 오히려 더 불행해진 사람도 적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들은 평균적으로 당첨 이후 10년 동안 수령금의 16%만을 절약하고 나머지는 탕진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미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재정적 어려움을 최종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실제 복권 당첨자 중 3분의 1 가량은 파산하기도 했고 이혼이나 사기, 살인 등과 관련된 사람도 드물지 않다. 갑작스러운 행운이 항상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권 당첨은 확률 3억분의 1, 사실상 신기루 같은 꿈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일단 돈 벼락은 한 번 맞아 보고 싶어 한다. 복권 판매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뜨거운 불꽃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오늘도 인생 역전을 꿈꾸는 수많은 인생들, 그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단, 돈이 풍족하면 삶이 잠시 편하기는 하겠지만 그 돈의 무게 때문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잊지는 말기를.
김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