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조가 든 것 같다.”요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식이다.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마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023년 0.73명, 내년 2024년 0.7명으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한복판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대학생과 군인이 줄고, 퇴직자의 연금을 대느라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게 다 저출산 때문이다. 출산율 ‘세계 꼴찌’ 한국의 저출산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활력을 잃고 주저앉은 느낌이다. 나라의 근본과 기강이 흔들리고 도처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다. 나라의 흥망은 시대정신과 함께 온다. 영웅적 지도자도, 역사에 남을 무능한 지도자도 혼자서 나라를 흥하게 하거나 망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 인물과 국민의 시대정신이 하나가 되어 흥망으로 이어진다. 특정한 ‘인물’로 대표되지만, 실상은 모든 구성원의 성취 또는 실패인 것이다. 군주정, 귀족정, 공산 정권이 아니라 민주공화정에서라면 국민의 역할과 책임은 더 커진다.
수년 전 한국 근무를 마치고 돌아간 유럽의 어느 기자가 한국 친구에게 보내온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을 가리켜 “3광(狂) 1무(無 )1유(有)의 나라’라고 꼬집었다. 한국 사람들은 지금 세 가지에 빠져(미쳐)있고, 한가지는 없고, 한 가지만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3광(狂)은 무엇인가. 첫째가 스마트폰에 온통 빠져있다. 전철에서 보면 남녀노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두족(低頭族)들이다. 모두 머리를 숙이고 스마트 폰에 빠져 있다. 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식탁에서도 제 각각 스마트 폰과 대화한다. 가족 간의 대화는 없다.
두 번째는 공짜 돈에 빠져있는 사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짜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짜 돈이라 해도 그 돈의 출처라도 알고 받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코로나 재난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주는 공짜 돈은 사실 선거 표장사 돈 아 아니었던가. 한국인들은 공짜를 너무 좋아한다. 2016년 6월 스위스 국민은 정부가 공짜 돈 300만원 정도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76.%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이 멍청한 국민들인가. 공짜 돈의 전형은 뇌물이다. 한국의 부정과 부패는 자기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미 한국인들의 문화이자 DNA가 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세 번째는 온 국민이 트로트에 빠져 있다. TV만 틀면 온통 트로트다. 많은 가수들이 중복 출연하고, 노래도 중복되고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한국인들은 음주 가무를 즐긴다. 인구 비례로 노래방 수는 세계 1위다. 퇴근 후에 집으로 바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주말이나 휴일에 즐겨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시도 때도 없는 트로트와 음주가무는 정신을 황폐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로마가 망할 때 포도주와 공짜 빵 그리고 서커스에 취해 망했다 그 전철을 밟는 것인가. 지금 한국이 망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또 1무(無)는 무엇인가? 그것은 안타까운 말이지만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무사고(無思考)다. 한국인들은 생각하길 싫어한다. 진지함도 별로 없다. 유머 중에 이런 게 있다. “일본사람들은 생각하고 난 뒤 뛰고, 중국인들은 일단 뛰고 난 뒤에 생각하고, 미국인들은 뛰면서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뛰다가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나면 보통 “요즘 어떻게 지내?”하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라고 답한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니 나라가 이런가. 한국에서는 안전사고가 계속 반복해서 일어난다. 화재, 선박침몰, 건물 붕괴, 교량 붕괴가 단적인 예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일하는 것이 한국인의 습관이자 문화가 돼버렸다.
또 1유(有)는 무엇인가. 그것은 ‘말만 한다’는 것이다. 전부 말만 하지 행동이나 실행은 거의 없다. 화물과적의 대형 선박사고, 그러나 여전히 과적 사고는 일어나고 있다. 개선의 실행이 없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모두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 하지만 전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한국인을 ‘나토(NATO)족’이라 했을까? 나토족은 ‘No Action Talking Only’ 즉, ‘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한다.’는 뜻이다. 특히 사이비 언론인, 사기꾼 같은 정치꾼들이 배설한 쓰레기 같은 말들이 사람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제도 유효기간이 끝났다.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소위 ‘대권’이라는 것이 주어지는 제도다. 대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군통수권, 검찰권, 경찰권, 감사권, 인사권 등 수십 가지 각종 권력 권한이 궁극적으로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말한다. 거기에 임기까지 보장된다. 그 총합적 힘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이 발현하는 거대한 영향력과 ‘떡고물들.’ 그것은 필연적으로‘싸움판 ’을 유발한다. 그래서 대통령제의 나라들은 모두 예외 없이 온통 ‘싸움판’인 것이다. 대통령제란 대한민국 같은 선진국엔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다. 우리 같이 최상급 문명국, 그 우수한 국민들로 구성된 나라가 아직도 단 한 명의 지도자의 판단에 모든 것을 위탁하면서 살아야 하겠는가.
우리는 망국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싸움 한 번 못해보고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겼다. 1세기 전 조선이 그랬듯이, 현재의 대한민국도 너무 닮았다. 정치권은 스스로 이 병을 절대로 고칠 수 없다. 아니 그들은 안 고칠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것인가. 국민이 나서야 한다. 4·19혁명 때 교수들이 먼저 길거리에 나서서 불을 붙였던 사실을 기억하는가. 우선 국회의원을 200명 이내로 확 줄이고 특권부터 전부 없애야 한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서 국가 자살을 막아야 한다.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막을 내렸다. ‘1171억원 썼다는 잼버리가 이 모양’으로 끝난 데 대해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국가 대개조의 과감한 수술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새만금 사태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