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주의보에 지진 경보까지 깜짝 놀라” “트럭 충돌한 것 처럼 집 전체 흔들려”
진앙 인근 지역서 액자, 술병 등 떨어져…아직 인명피해 보고는 없어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 20일 열대성 폭풍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규모 5.1의 지진까지 발생해 이 일대 주민 2천만여명이 불안에 떨었다.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1분께 로스앤젤레스 북서쪽에 있는 도시 오하이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USGS는 당초 이 지진의 규모를 5.0으로 알렸다가 곧 5.1로 수정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이 지진에 따른 쓰나미 발생 위험은 없는 상태다.
진앙은 오하이에서 남동쪽으로 약 7㎞ 떨어진 지점으로, 북위 34.41도, 서경 119.1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14.6㎞다.
진앙의 위치는 인구 380만명의 대도시 LA에서 94.9㎞ 떨어진 곳이다. 아직 보고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지질조사국(USGS) 웹사이트 제공.
USGS는 지진 발생 지점과 가까운 오하이와 벤투라의 6만8천명이 ‘보통’ 수준의 진동을 느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USGS의 지진 강도 분류에서 ‘보통’ 수준의 진동은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접시와 창문이 깨지거나 불안정한 물체가 쓰러질 수 있는 정도다.
오하이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 프란츠 리츠는 이날 지진과 함께 물건이 떨어지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지역 일간 LA타임스에 전했다.
그는 “(진동이) 짧고 격렬했다”며 “마치 트럭이 충돌한 것처럼 집 전체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오하이에 있는 한 주류·음료회사 관리자 닉 하워드는 선반에 있던 데킬라 1병과 와인 몇 병이 떨어져 깨진 것을 제외하면 손실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오하이가 속해 있는 벤투라 카운티 비상관리국은 “현재까지 즉각적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진이 벤투라 카운티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느껴졌다”고 웹사이트에서 밝혔다.
USGS는 이 지진의 진동이 LA 카운티와 샌디에이고에 이르기까지 약 2천106만8천명에게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진원지인 오하이에서는 첫 지진이 발생한 뒤 약 1시간 동안 규모 2.7∼3.9 사이의 여진이 11차례 더 발생해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특히 이들 도시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는 열대성 폭풍 ‘힐러리’ 상륙에 따른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여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민들의 우려를 키웠다.
다만 지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날 오하이에서 발생한 지진이 열대성 폭풍 힐러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LA타임스에 설명했다.
지진 경보 이후 길에 나와 상황을 살피는 캘리포니아 주민들.로이터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는 힐러리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열대성 폭풍이 상륙한 것은 1997년 ‘노라’ 이후 26년 만이다. 다만 당시 폭풍은 상륙 직후 기세가 약해져 별 피해 없이 지나갔다.
캘리포니아에 큰 피해를 냈던 열대성 폭풍은 1939년에 발생한 것으로, 남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홍수로 45명이 사망하고 바다에서 선박 등이 전복돼 48명이 숨졌다.
이번 폭풍우는 1939년의 열대성 폭풍 이후 84년 만에 가장 강력한 폭풍우로 관측돼 당국과 주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남부 지역 주민들에게 폭풍과 폭우에 준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폭풍우 경보에 더해 이날 오후 지진 발생 알림까지 휴대전화 긴급재난문자로 발송되면서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LA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 김모(43)씨는 “폭풍 주의보가 발령되고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서 가뜩이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시끄럽게 울리고 지진 경보가 떠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진동을 느끼진 못했는데,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니 앞으로 또 지진이 있을까봐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