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맘때 쯤 한인신문에 ‘폭염 속 구슬땀 흘리는 한인식당’ 사진이 실린다. 한인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당은 불을 써야 하는 직업 특성상 더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좋게 말하면 구슬땀이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더위먹고 기진맥진해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특히 올해처럼 이상기온으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한인식당 뿐만 아니라 미국 대다수 식당에 적용되는 문제다. 미국내 요식업은 지난 2022년 898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1100만명이 근무하는 분야다. 이를 감안해 연방직업안전건강관리청(OSHA)는 지난해부터 식당 노동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ROC 유나이티드(ROC United)와 함께 식당 주방내 더위 문제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ROC는 그 결과 최근 ‘식당 종사자 더위와 안전 보고서’(BEAT THE HEAT)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 기간 중 주방 기온은 평균 93도까지 올라가며, 체감온도는 100도까지 올라간다. 50개주 식당 종사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름 중에는 식당 주방내 온도가 위험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그 결과 직원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쓰러지지 않더라도 어지럼증, 구토, 인식장애, 탈수 증상 등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불을 많이 쓰는 오븐, 프리이어, 스토브 근처에서 일하는 식당 노동자들의 경우 이런 증상을 많이 보였다. 응답자의 20%는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을 겪은 적이 있다고 증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리건의 한 도넛 가게 종업원은 “여름철 식당내 기온은 세자릿수로 올라가며, 이 때문에 팀 멤버가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의 한 식당 종업원도 “나는 19세이고 건강한 편이지만, 더운 날씨에 식당에 근무하면 더위 때문에 몸이 아프고 식욕이 없어진다”며 “심지어 식당 근무중에 몸이 좋지 않아 구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증언했다. 코네티컷의 한 식당 노동자는 “하루 15시간 동안 90도가 넘는 주방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OSHA지침서는 온도가 화씨 70도 이상을 넘어가는 일터는 온열질환 위험이 있는 일터라고 규정하고 있다. 질병통제센터(CDC)도 근무시간이 비숙련 노동자가 60분을 넘어가는 작업장의 온도는 70도 이하로, 숙련 노동자의 경우 77도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극심한 더위가 1년 여름 며칠 동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여름 평균기온 90도를 넘어가는 날짜가 50일 이상을 기록하는 도시가 1980년에 비해 두배로 늘어났으며, 주요도시 폭염 현상은 1960년대 연 1, 2회에 그쳤으나, 현재 2회에서 6회까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며칠만 참으면 되는’ 폭염 임시 대책으로는 부족하며,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식당 종사자들을 위해 상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 보고서는 제안하고 있다.
ROC보고서는 OSHA를 대상으로 식당 노동자 근무중 휴식시간 보장, 온열질환 대비 응급대처절차 마련,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업주 교육, 냉방과 환기장치 등 작업장 여건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조치는 사실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한인요식업계도 귀를 기울여야 할 사항이다. 한인식당은 한인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며, 업주부터 청소년 웨이터들까지 수많은 한인들이 종사하는 분야다. 한인식당을 일하기 안전하고 건강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