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나도 철이 들 수 있을까? 도인들이 수련을 통해 도를 닦는 과정은 어떤 과업들이 있을까? 스님들, 수도사들, 그들이 도달하려는 정신적인 과정은 어떤 단계를 걸칠까? 성숙된 경지는 어떤 것일까? 그런 의문에 답이 될 듯한 책을 발견했다.
데이비드 호킨스(David Hawkins)의 〈Power vs Force: The Hidden Determinants of Human Behavior〉라는 책이다. ‘의식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그 책의 한글 번역본이 있다고 한다.
책 속에 ‘의식의 진화 지도’를 보니, 내가 알고 싶어 한 철이 드는 단계, 성숙의 단계의 한 도면을 보는 것 같다. 그는 정신과 의사 로서 20년 동안 여러 층의 수많은 사람들을 여러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여 사람들 의식의 성숙정도를 17단계로 소개한다. 그 단계를 가장 성숙한 단계부터 4 그룹으로 나누어 보았다. 이 4 그룹 구분은 편의를 위한 내 소견이다.
가장 성숙되고 진화된 그룹: (1)해탈 (2) 화평, (3) 기쁨 (4)사랑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 이른 사람은 신과 동행한다. 이 수준에서는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 볼 수 있기에, 세상의 모순과 갈등이 조화와 필연으로 변한다. 이웃에 대해서 무조건 적인 용서와 사랑을 느끼며, 주체와 객체가 하나로 통일되어 구별되지 않는다. 항상 행복 호르몬이 흐른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전능의 질서속에 진행되기에 완벽하게 인식된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이 빛나는 존재로 서로 조화롭게 연결된다.
둘째 그룹: (5) 이성적이며 (6)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7)삶이 의욕적이고, (8) 중용의 도를 지키며 (9) 새것을 배우려는 용기의 단계이다. 이 단계는 화평과 사랑의 단계로 이어지는 단계이다. 이 단계의 특징은 각자 자신의 행복과 삶의 문제가 남의 탓이 아니라, 모두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분기점 위로 올라서는 단계이다. 삶 속의 얽힌 일들 속에서 질서를 발견하고 희망을 가진다. 중용의 길을 걸으며, 옳고 그름을 가리기 보다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이 단계에 이르러야 모든 중독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한다. 현세대에 세계 인구의 상위15%가 이 단계와 첫번째 단계에 속한다고 한다.
셋째 그룹: (10) 자랑의 단계, (11)분노의 단계, (12) 탐욕의 단계, (13)공포의 단계이다. 자랑과 자부심은 단지 자신보다 아래인 사람들 사이에서만 효과가 있다. 자랑은 꺼꾸러짐 전까지 간다는 미국 속담이 있다. (Pride goes before a fall.) 자랑의 약점은 교만과 부정이다. 분노의 사람들은 사회의 불평등, 희생자, 불균형에 항의하여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굶주림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생긴 탐욕은 채울 수 없는 버릇이 되고, 나쁜 경험의 트라우마로 사회전체를 공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넷째 그룹: (14) 슬픔, (15) 냉담, (16) 죄의식, (17) 수치심의 단계이다. 세상 경험들, 특히 어린 시절의 나쁜 트라우마들이 만든 보이지 않는 사슬에 매어 사는 사람들이다. 어디를 보아도 누구를 생각해도 슬퍼지는 사람들도 있다. 계속 일어나는 사건에 대처할 자료도 능력도 없이 똑 같이 당하기만 하여 세상일에 냉담한 사람들, 깊은 죄의식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짓을 하는 사람들, 속에 숨겨진 수치심 때문에 내성적이지만, 때로는 잔인한 공격자가 되고, 완벽한 도덕 군자가 되는 사람들도 이 그룹에 속한다.
데이비드 호킨스에 의하면 인류 전체의 의식도 시대에 따라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발전되어 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국민의식이 2차 세계대전을 겪음으로 해서 우월감에서 패배의 과정을 거치며 많이 진화되었다고 한다. 현대 인류의 85%의 의식 수준이 (10) 자랑의 단계를 포함한 그 밑 단계에 머문다고 한다.
호킨스의 책을 읽으며, 수용의 단계(Acceptance)를 나의 목표로 세우고 노력해보자고 했다. 새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쓰고, 편파적인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도록 노력하며, 존재하는 그대로의 내 이웃과 사회와 자연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은 사람에 상관 않고 세상은 자연과 세상의 질서에 따라 제대로 돌아간다.
엄마 배 속에서 수정란 한 세포가 아기로 자라 출생되는 과정의 경이로움, 매일 먹는 계란에 심장이 생기고 핏줄이 생겨 팔딱팔딱 뛰는 과정을 거쳐 병아리가 되는 과정을 볼 때, 들판에 깔린 토끼풀 꽃들이 씨가 되어 떨어져 퍼지고 자라는 모습, 민들레 씨가 바람에 날려 퍼져 거기서 새싹을 틔워 지구상에 상존하며 먹이 사슬에 얽혀 먹고 먹히면서도, 영원을 향해 상존하는 모습들을 볼 때, 나의 삶도 그 완전한 질서속에 한 부분이라고 느낄 때 오는 안도감을 느낀다. 존재하는 그대로를 전체속에서 이해하려 꿈꾸며 철들고 싶어한다. 어리석은 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