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자 없는 무인 택시(로보택시)가 24시간 운행에 들어간 가운데 반대론자들이 차량에 이른바 ‘오렌지콘’을 올려놓는 방식으로 운행을 막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7일 공영라디오 NPR,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무인 택시에 반대하는 ‘세이프 스트리트 레블'(Safe Street Rebel)이라는 단체는 지난 몇 개월간 무인 택시를 가로막고는 보닛에 교통 통제에 쓰이는 오렌지색 원뿔형 물체(콘)인 오렌지콘을 올려두는 활동을 벌여 왔다.
잘 달리던 무인 택시들이 보닛 위에 콘을 올려두기만 해도 마비된 듯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을 이용한 시위다.
누군가가 와서 콘을 치울 때까지 무인 차량은 움직이지 못하는데, 콘이 어떻게 차량 운행을 무력화하는 것인지 질문에 무인 택시 운영사인 크루즈와 웨이모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NPR은 전했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차량 운행이 늘면서 도시가 마치 자율주행 기술의 테스트 베드처럼 쓰이는 데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어설픈 자율주행 차량으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 관계자들은 BBC에 이번 활동이 인공지능(AI)에 대항하는 인간 최초의 ‘물리적 시위’일 수 있으며, 이같은 인간의 활동은 점점 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공공요금위원회(CPUC)는 이달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웨이모와 크루즈에 무인 차량을 이용한 상업용 승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 권한을 부여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웨이모와 크루즈는 이전에는 일정한 제한을 두고서 무인 택시를 운행했는데, 이젠 24시간 유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웨이모는 차량 250대에 대한 운행 허가를 받고 100대를 배치하고 있으며, 크루즈는 낮 시간대 100대와 밤 시간대 300대를 운행해 왔다.
다만, 지난 17일 크루즈 로보택시가 시내 교차로에서 소방차와 충돌하는 등 여러 차례 사고가 나면서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크루즈가 운행 대수를 50%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이프 스트리트 레블 틱톡 캡처
샌프란시스코 경찰과 소방대는 지난 반년 새 구조작전 중 자율주행 차량의 방해를 받은 일이 55건 있었던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또한 ‘세이프 스트리트 레블’ 집계에 따르면 수개월간 자율주행 차량은 빨간불에 주행하거나 버스를 들이받는가 하면 자전거 도로와 횡단보도를 막아서는 등의 크고작은 사고를 수백 건 냈다.
무인 택시 때문에 주택가의 막다른 골목에서 수십 대의 차량이 엉키거나 개가 치여 죽는 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단체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데는 콘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다만, BBC는 샌프란시스코 북미 테크 담당 제임스 클레이턴 기자의 무인 택시 탑승기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에 대해선 찬반 의견 양쪽의 주장이 있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인 제시 월린스키 씨는 “그동안 우버나 리프트 기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데, 웨이모의 무인 차량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안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자녀들의 카시트를 본 택시 기사들은 탑승을 거부했지만 무인 택시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레이턴 기자는 “나는 양쪽 주장 모두를 봤다”며 “수개월간 아무런 사고 없이 로보택시를 탔으나, 길거리 한복판에서 타고 있던 로보택시가 고장 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