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로님이 올 여름에도 래니어 호숫가에 캠핑을 하시며 초청해서, 세 커플이 수요일 하루를 캠핑에 참가했다. 벌써 몇 년째 그렇게 초청받아 우리는 여름하루를 호수에서 치유와 회복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은퇴하고 이곳으로 온지 10년 동안 래니어 호수 하이킹 트레일을 몇 년 걸었고, 섬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도 치고, 캠핑에도 참가했지만, 래니어 호수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사실들을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래니어 호수는 38,000 에이커, 그 크기는 둘루스, 스와니, 로렌스빌, 뷰포드, 그리고 커밍의 도시면적들을 다 합친 넓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래니어 호수는 1956년 미 육군 공병단이 뷰포드 댐을 만들어 차타 후치 강과 체스타티 강물을 가두어 만든 인공 호수다. 지역의 홍수와 가물 때 물 관리, 지역의 식수 관리, 수력발전을 위해서 만든 인공 호수다.
래니어 호수는 1년 평균 8백만명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즐기고 치유 받는 미국 동남부의 명소로, 보팅, 카누, 카약, 워터 스키, 낚시, 골프, 캠핑, 하이킹, 수영, 사냥, 호수 가의 유원지들, 46개의 공원시설을 즐기고, 일년 경제 효과가 50억달러로 그 경제효과는 플로리다의 디즈니 테마 파크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금년에도 7명의 익사사고 나고, 익사 희생자의 100%가 구명 조끼를 착용하지 않았고, 무더운 여름 땀을 많이 흘린 후에 갑자기 수영을 하다가 신체부위 경련이 생겨 익사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래니어 호수를 매년 찾아오는 걸까? 넓은 물과 풍성한 숲속에서 서로 어울리며 휴식을 즐기다 보면 각박한 일상의 생활리듬 속에 쌓인 피곤과 상처들을 자연 속에서 치유 받아 회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집안의 쌓인 먼지를 털어버리듯, 현대생활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씻어 버리는 휴양을 위하여 그 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이번 하루 캠핑에도 내가 즐긴 것은 카약을 노를 저어 잔잔한 호수를 돌아본 것, 하늘을 잎사귀로 가린 높은 나무들이 선 숲길을 걸으며 물가에 선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본 것, 백로 한 마리가, 긴 목을 구부리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물가를 걷으며 먹이를 찾는 모습, 카나디언 기러기들이 떼 지어 캠핑장 가까운 호숫가를 오가는 모습, 어떤 음식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친구들과 어릴 적 자전거 배우던 일화, 아까찡끼와 옥도정기로 모든 병, 심지어 배앓이까지 고친 이야기를 나누며 더 친해진 경험, 그리고 해목(hammock)을 타고 점심 식사후에 낮잠을 한 숨 잔 일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캠프장 옆 큰 두 나무에 매어 놓은 해목에 누어 보았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네처럼 흔들리는 해목에 누어서 보이는 것은 튜립트리 잎사귀들로 가려진 하늘이었다. 하늘 가린 잎사귀들이 바람에 일렁이니 잎사귀들 사이에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파란 하늘 조각들이 깜빡이는 샛별처럼 보였다. 깜빡이는 별들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해목에 누어 나무 잎사귀들이 흔들리는 틈새로 보이던 푸른 별들, 피곤한 영혼을 잠재우는 작게 철석이는 호수의 파도,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백로, 자전거를 배우던 그 시절로 돌아갔던 어렸을 쩍 이야기들, 호수가의 산들 바람, 하루 캠핑에 참가하며 얻은 영혼의 안식을 통해 년 평균 800만명의 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찾는 이유가 가슴으로 느껴졌다.
영국의 호반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이니스프리 호수로 가리’라는 시가 생각났다. 영국 국교 위계질서에 환멸을 느껴 교회를 떠나고, 프랑스와 전쟁 중에 자신의 정치 철학도 무너졌을 때, 그 모든 상처를 오직 자연 속에서 영혼의 치유를 받았던 자연주의 시인의 심성, 호수를 찾는 많은 사람들도 지친 영혼의 치유를 받으려 호수를 찾지 않을까? 그의 유명한 ‘이니스프리 호수로 가리’ 라는 시에서 몇 구절을 다음 같이 바꾸어 보았다. 괄호 안의 구절이 워즈워스의 본래의 시 구절이다.
“일어나 지금 가리, 래니어 호수로 가리(이니스프리로 가리)/호숫가에 캠핑 천막 치고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 지어)/ 큰 나무에 묶은 해목에 누어 (아홉 이랑 콩밭 일구고 꿀벌 치면서)/ 산들 바람이 만들어 주는 별들을 보면 (잉잉우는 숲에서 살리)/ 거기 평화 깃들어, 고요히 날개 펴고/ 귀뚜라미 우는 아침 놀 타고 평화는 오리/ 밤중 조차 별 빛 환하고 밖엔 보라 빛 어리는 곳/ 저녁엔 방울새 날개소리 들리는 거리/ 일어나 지금 가리 밤에나 또 낮에나/ 호수 물 찰랑이는 그윽한 소리 들리네/ 샛길에서도, 희색 포장길에 선 동안에도/ 가슴에 사무치는 물결소리 들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