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귀여운 아기사슴 ‘밤비’가 현실에서는 숲을 점령한 채 닥치는대로 풀을 뜯어먹는 ‘생태계 파괴범’이 됐다고 AFP 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동부를 중심으로 최근 급속하게 불어난 사슴무리 때문에 생태계 균형이 흔들리면서 산림 당국이 인위적으로 개체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사슴은 19세기에만 해도 숲이 황폐화하고 사냥이 빈번해지면서 거의 멸종 직전까지 갔으나 지금은 미 전역에서 ‘충격적인’ 규모로 불어났다는 것이다.
개체수로 따지면 동부를 중심으로 미 전역에 퍼진 사슴이 3천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대도시 워싱턴DC에서조차 사슴 때문에 숲의 씨가 마를 정도라고 한다.
도심 속 공원인 록크리크파크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이 공원의 울창한 숲은 아스팔트 속 오아시스 역할을 해왔는데, 사슴 입장에서도 천적 걱정 없이 마음껏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슴무리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서는 꽃, 나무, 벌레 등이 초토화되고 있으며, 이같은 기세로는 앞으로 수백 년 안에 숲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슴은 특히 익숙한 풀을 먼저 뜯어 먹는다는 점에서 토종 식물과 곤충이 먼저 멸종될 위기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관리청(NPS)은 2013년부터 매년 겨울철 야간 살처분을 실시해왔다. 공원을 폐장한 상태로 총기 훈련을 받은 생태학자들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사슴 개체 수는 한때 제곱마일 당 적정 수준인 20마리의 5배에 달하는 100마리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현재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근 주민들은 총기를 사용하는 대신 사슴의 천적인 늑대나 코요테, 보브캣 등을 풀어놓자고 제안했으나 맹수가 주거지로 건너오면 어린이나 반려동물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안은 기각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슴을 사냥해준다는 ‘해결사’까지 등장했다.
사슴이 숲에서 나와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정원을 망치고 진드기 전염병을 퍼트린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고충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주 출신 38살 남성인 테일러 체임벌린은 자신을 ‘도시의 사슴 사냥꾼’이라고 부르며 활과 석궁을 이용해 사슴을 사냥한다.
사냥한 사슴 대부분은 근처 급식소에 전달된다.
체임벌린은 생명을 죽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단번에 끝내는 게 중요하다. 사슴이 피를 흘리는 채 집앞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슴 사냥을 배우겠다는 문의도 폭주한다고 체임벌린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