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내년 대선의 본선 레이스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대선은 조지아주, 애리조나주 등 5개 안팎의 경합주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CNN이 4일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은 내년 초부터 이어지며, 양당은 내년 7월과 8월에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각 당에서 확정된 대선 후보들은 전열을 정비한 뒤 통상적으로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노동절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11월 본선을 향한 선거운동에 나서게 된다.
일찌감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유력시되는 내년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경합 지역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내다봤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소수의 주에서, 소수의 선거인단이 사실상 향후 4년간 미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의미다.
◇ 선거인단 확보가 관건…표 더 많이 얻고도 대패할 수 있는 대선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와,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거로 구분된다.
각 당에서 전당대회를 거쳐 확정된 후보들은 선거인단 선거 전까지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각 정당은 사전에 주별로 할당된 인원에 맞춰 선거인단 명부를 확정한다.
선거인단은 상·하원 의원을 합한 숫자인 535명(하원 435명+상원 100명)에 워싱턴 DC 대표 3명을 더해 538명으로 구성된다.
일반 유권자는 11월 첫째 주 화요일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고, 대통령 후보의 득표 결과에 따라 주별 선거인단을 어느 당이 차지할지 결정된다.
50개 주 가운데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한 표라도 많은 표를 차지한 후보가 그 주 전체의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선거인단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일반 유권자 득표(48.18%)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46.09%)을 286만표 앞섰으나,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적어 고배를 들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의 대통령은 사실상 선거인단 선거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선거인단 선거가 대선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총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얻으면 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거는 12월 둘째 수요일 이후 첫 월요일에 실시되며 각 주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은 자신이 속한 당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절차를 따른다.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없다시피 해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 크게 줄어든 경합주…4~5개 경합주가 선거 결과 좌지우지
CNN 방송은 “내년 대선의 본선 레이스 시작을 1년 앞두고 여전히 많은 것이 불투명하지만, 얼마 안 되는 경합주에서 한 줌의 유권자에 의해 향배가 결정될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합주(swing state)의 수는 많아야 7~8개, 적을 경우 4개 수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된 2008년 대선 이후 2020년 대선까지 4번의 대선에서 전체 50개 주 가운데 각각 20개주가 내리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에 더 많은 표를 안겨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선거인단의 80%, 40개주가 4번 연속 같은 당 후보에 더 많이 투표했다는 의미로, 20세기 이후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CNN은 전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32년부터 1944년까지 네 번 연속 당선됐을 때에도 전체 50개주의 3분의 2만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1976년부터 1988년까지 투표 경향을 놓고 보면 절반의 주만이 매번 동일한 당에 투표했다.
게다가 2008년 이후 대선에서 지지 정당을 번복한 10개 주에는 인디애나, 아이오와,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4개 주가 포함됐는데, 이들 모두 트럼프 시절 확고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 경합주는 한층 줄어든다.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10개 주에 포함됐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첫 승리를 거둔 것 이외에는 대부분 공화당의 당세가 강한 게 사실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선거 전문가들은 대선을 포함한 각종 투표 성향 및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내년 대선에서 실질적인 경합주는 조지아, 애리조나, 위스콘신,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등 정도일 것으로 분류한다.
조지아와 애리조나, 위스콘신은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2020년엔 바이든 대통령에게로 돌아섰다.
미시간과 네바다, 펜실베이니아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곳이지만 현재 표심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이긴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으로 기운 뉴햄프셔를 경합주에 분류하기도 한다.
CNN은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위스콘신 등 4개주가 실질적 경합주일 가능성이 높다”며 “뉴햄프셔는 보수성이 짙은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기엔 무리가 있고,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역시 공화당이 되찾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거 전략 역시 이들 경합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형적인 민주당 우세주인 ‘블루 스테이트’였지만 2016년 대선에서 돌아서며 트럼프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2020년 대선을 포함해 이후 세 번의 선거에서는 내리 민주당이 승기를 잡으며 민주당이 우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위스콘신의 경우 작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근소하게 승리했고, 상원 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의 론 존슨 의원이 신승을 거둬 내년 대선에선 한층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다만 낙태권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됐던 최근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후보가 압승을 거둔 만큼 내년 대선에서 낙태 문제가 관심이슈로 부상하면 민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가 낙태금지법의 입법을 강행하면서 민주당이 반전을 조심스레 기대하는 반면, 조지아와 애리조나는 민주당이 상당히 험난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