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차량에 도난 방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자동차 절도 범죄를 증가시켰다’는 주장의 칼럼을 게시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1일 NYT 칼럼니스트 파하드 만주는 “미국의 형사사법위원회가 최근 37개 도시에서 발생한 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자동차 절도 건수가 지난해보다 평균 33.5% 더 높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현대·기아차가 도난당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대부분은 자동차 키의 무선 ID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시동이 걸린다. 하지만 이 도난 방지 장치의 설치가 의무적이지 않다 보니 현대·기아차가 이를 설치하지 않아 자동차 범죄 증가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시애틀에서 발생한 차량 절도의 3분의 1은 현대·기아차였다”며 “차량 도난은 소비자 피해를 넘어 범죄자들이 훔친 차로 총기 난사와 마약 거래, 교통사고 등 추가 범죄를 일으켜 막대한 비용을 사회가 지불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해당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차를 판매한 대가는 현대와 기아가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범죄자가 아닌 차량 제조사 탓을 하나”
이 칼럼은 공감을 얻기는커녕 역풍을 맞고 있는데, 6일 현재까지 130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독자는 “총은 훔치기도 쉽고 다시 판매되며 범죄에 사용되지만, 총기 제조사엔 책임이 없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총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 차량 도난 장치 설치가 의무도 아닌데 차량 제조사가 왜 범죄자의 책임을 지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독자는 “‘훔치기가 쉬워 절도를 저질렀다면 괜찮다’는 웃기는 전제에서 쓴 글”이라며 “그런 논리는 이상한 나라의 법정에서나 펼칠 수 있다”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왜 차를 훔친 사람들은 비난하지 않나”, “차량 도난 증가는 범죄자들이 주도한 것”, “범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니까 범죄자가 계속 활개 치는 건 아닌가”, “현대·기아차는 한국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막대한데, 거기서도 범죄 물결이 있나. 진짜 문제는 차가 아니다”, “범죄율이 높은 미국을 고려해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예슬(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