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매월 보내주는 은행계좌보고를 훑어보았다. 수입은 얼마, 지출은 얼마, 잔고가 얼마인가, 가볍게 훑어보았다. 연금으로 사는 생활, 오랜 동안 별일 없이 해오던 버릇이다. 모처럼 8월 은행에서 자동 지불한 내역을 훑어보았다. “어, 이게 뭐지?” 인터넷 회사에 230불이 자동 지출된 보고가 눈에 띄었다.
인터넷 회사에서 매달 50불씩 요금이 자동으로 지불되게 되었는데, 230불이 지불되었다니,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미국에서도 큰 회사에서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어떻게 문제를 처리할까? 위선 집 가까운 인터넷 회사 지사로 찾아가서 물어서 해결하도록 하자고 마음먹었다.
집 전기 값, 가스 값, 콘도 유지비, 물 값, 인터넷 비용, 핸드폰 사용료 등 자동으로 지불하게 설치했다. 몇 년 동안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 화사에서 230불을 빼 가다니, 놀라웠다.
금요일 아침, 공원을 걷고, 맥도날드에 모여 앉아, 걷는 팀들이 이야기할 때 230불이 인터넷 자동 지불로 빠져나간 이야기를 했다. “그런 문제는 은행에 가서 보고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요.” 한 분이 말한다. “은행에 가서 이야기하면 될까요?” “은행에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은행이 바로 맥도날드 옆에 있어, 당장 가 보았다.
은행 상담원 앞에서 내가 온 이유를 말했다. 여직원은 내 신원을 체크하고 내 은행 계좌를 열어 돈이 나간 기록을 찾았다. “그 화사엔 매달 50불씩 인터넷 비용을 자동지불 하거든요.” “그런 경우도 가끔 있어요. 여기 보세요. 지난 7월에도 280불이 지불되었어요, 아세요?” “무어라구요! 8월에 230불, 7월에 280불, 그 전에는 없나요?” “전에는 없네요.”
7월 은행 보고서를 보니, 거기에 같은 회사로 280불이 지불된 기록이 보였다. 아니 이럴 수가! 큰 회사가 고객의 돈을 부당하게 빼내 간 것도 문제지만, 매달 은행에서 나에게 보고되는 기록에서 부당하게 지불된 분명한 기록을 알아 차리지 못하고 그냥 지낸 자신도 문제인 걸 알았다.
인정되지 않은 (unauthorized) 지출로 나간 돈들을 되돌리도록 은행에서 조치를 해 본다고 했다. 며칠이 걸릴 거라고 했다. 결과가 나에게 이메일로 갈 거라고 했다.
일단 안심이 되었다. 작은 문제가 생기고 쉽게 문제가 풀리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감정으로 맥도날드에 아직도 앉아 이야기하는 공원 걷는 팀에게 가서 경과를 보고했다. 한 분은 같은 회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몇 년째 받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살아 가노라면 언제나 어디서나 문제를 만나고, 어떤 문제는 너무 크고, 어떤 문제는 해결이 안되지만, 내가 만난 문제는 작고, 그렇게 쉽게 해결되어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앞으로는 매월 은행보고서를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는 친절한 경고라고, 절대 화를 낼 일도 아니고, 오히려 기뻐해 야할 일이라는 의견도 나눴다. 나간 돈은 찾을 수 있으니까.
은행 보고서에서 230불이 지불된 부분을 핸드폰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회사 지사를 찾아가 한 직원과 이야기했다. 지사를 찾아 가기 전에 내가 나에게 당부했다. 절대로 화를 내거나, 비난하지 말기로 마음먹었다. 그 회사가 잘못했다고 해도, 나와 상담하는 직원이 잘못한 것은 절대 아니다. 여자직원은 내 계좌를 나에게 보여 주며, 그 계좌에서는 매달 요금 외엔 돈을 받은 기록이 없다고, 은행에 가서 돈이 지불된 계좌 번호를 알아보고 가져오라고 했다.
은행에 알아보니 다행이도, 빠져나갔던 돈 510불이 환불된 기록을 보여 주었다. 그 계좌 번호는 매달 50불씩 내는 계좌 번호가 아닌 딴 번호였다. 새삼 은행이 고마웠다.
“아, 그렇구나!” 감이 왔다. 그 회사에 서비스 시작할 때, 내가 사는 콘도에도 서비스가 가능한지 본사에 전화해 알아보라고 했다. 전화하니, 된다고, 전화로 계약을 하면 된다고 해서 서비스를 받고 비용을 자동지불 하기로 했다. 우편으로 온 인터넷 모뎀과 스피커, 주문하지 않은 스피커까지 와서, 집 가까운 지사에 가서 스피커를 돌려주는 절차도 밟고, 인터넷만 서비스 받기로 계약을 새로 했다. 전화로 한 계약은 자동으로 말소된 걸로 알았다.
은행에서 다른 계좌를 말소할 수 없다고 하고, 지사에서는 다른 계좌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당하게 돈을 빼 간 계좌는 스스로 파기한 걸까? 여유를 가지고 두고 보기로 했다.
오하이오 살 때 내 신용카드를 누가 조지아에서 쓰려 다가 막은 경험, 홈디포에서 기프트 카드로 800불을 내 신용 카드에서 빼 가려다 막은 경험도 있다. 지진, 전쟁, 역병, 홍수, 암, 사기, 사고 등, 살아온 날들 중에 크고 작은 문제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이번 사건도 삶의 연속임을 보여주는 사건, 작은 사건이고, 화를 내고 비판 비관하기보다 사는 동안 깨어 있으라는 교훈으로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