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위험 수용 감소
신용경색 한동안 지속될 듯
고금리 및 은행의 높은 대출 문턱으로 신용 경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난 11일 발표한 8월 소비자 기대조사 결과, 지난해와 비교해서 대출, 크레딧카드, 모기지 등 신용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한 비율이 60%에 가까운 59.8%였다. 지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지속해서 상승해왔다.
2022년 3월 조사에서 같은 답변을 한 응답자의 비율은 이보다 19.5%포인트 낮은 40.3%였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용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풀이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금융기관들의 위험수용 경향이 감소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지표라는 것이다.
경제 하강 국면과 최근 이어진 감독국의 규제 강화 조처에 은행들이 자금 조달 비용 및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면서 소비자들의 신용대출이 힘들어지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총 11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현재 금리를 5.25~5.5%까지 끌어올렸다. 단기간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기업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신용 위축을 더 야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파산연구소(ABI)와 파산 관련 법률정보업체 ‘에픽 파산’에 따르면 지난 8월 상업적 파산 건수는 7월보다 17% 늘었다. 가계와 개인 파산을 포함한 총파산 건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13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챕터 11(구조조정 및 채무상환)에 따른 지난달 파산보호 신청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54%나 급증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감사 및 규제 강화로 신용 대출 기준을 예전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신규나 기존 또는 재융자 시에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실 대출 관리 및 자산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기업의 재정 상태가 취약한 기업들에 대한 대출과 대출 연장은 지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경기침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확신과 은행권이 안정됐다는 신호를 확인할 수 없다면 신용경색이 쉽사리 풀리지 않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정보업체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그룹의 공동창업자인 폴 히키는 “금리상승이 기업의 재무제표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를 돌아보면 시장은 2009년 3월 바닥을 친 후 그해 내내 호전됐는데도 불구, 기업파산도 계속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플레이션 1·3·5년 후의 기대치에 대한 연은의 조사 결과는 엇갈렸다.
지난달 1년과 5년 후의 기대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전달 대비 각각 0.1% 오른 3.6%, 3%를 기록했다. 반대로 3년 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0.1% 내린 2.8%로 집계됐다. 그러나 3개 수치 모두 연준의 물가 상승 기대치인 2%보다는 높았다.
우훈식 기자 woo.hoonsik@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