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영국 도서관 사서들이 “누구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중에 〈앵무새 죽이기〉 (Killing Mockingbird)를 선정했다고 한다. 독서 클럽에서 시월에 읽고 토론할 책으로 ‘앵무새 죽이기’로 정했다. 그 책은 나도 오래 전에 읽었고, 영화도 보았다. 아내는 여학생 때 본 그 영화 속에서 핀치 변호사 역의 남자 배우 그래고리 팩을 아직도 멋진 남자로 기억한다.
앵무새 죽이기 한글 번역본을 읽어보니,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새롭다. 미국의 인종 차별문제의 역사적인 단면도 새롭고, 소설 속 사건을 통하여 주인공 어린 소녀가 자기 중심에서만 세상을 보는 단계에서, 타인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숙의 단계로 변하는 모습도 참신하다.
소설을 요약하면, 경제 공황시절인1930년대 인종 차별이 심한 앨라배마의 농촌마을의 한 재판장에서, 백인 배심원들이 진실을 외면하고 백인에게 유리하고 흑인에게 차별적인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변호사의 어린 아들과 딸의 눈으로 보고, 변호사가 흑인편을 들며 백인 원고인 자신을 무시했다고 원한을 품은 이웰이라는 백인이, 변호사의 자녀를 죽이려다 예상 밖의 이웃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살고 복수하려던 본인이 죽은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다.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 청년이 법정에서 피고인 자격으로 강간사건을 이야기한다. 쓰레기 처분 장 옆에 있는 이웰씨 집을 지나갈 때 백인가족이지만 기초생활을 못하는 그 집에서 주부 역할을 하는 큰 딸이 일을 도와 달라고 그를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전에도 그는 가끔 장작을 패거나 잡일을 도왔다. 그녀 동생들은 어디있냐고 물으니 읍내로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보냈다고 했다. 빈 집에서 딸은 톰의 허리를 잡고 키스해 달라고 달라붙었다. 달라붙는 여자를 떠밀고 밀치고 할 때 딸의 아버지 이웰씨가 나타났고, 보안관이 불려 지고, 톰은 강간 죄로 고소되었다.
재판 장에서 이웰씨의 딸은 톰이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그를 강간했다고 증언했다. 관선 변호사인 핀치씨는 강간당했다는 의사의 검증도 없고, 딸의 목에 난 상처는 왼손잡이가 한 짓이라는 증거가 있고, 피고 톰의 왼손은 상처로 거의 불구이며, 딸의 아버지 이웰씨가 왼손잡이 인 것으로 보아, 딸의 목의 상처는 아버지가 만들었을 가능 성이 크다고 말한다.
재판을 지켜보던 핀치 변호사의 아이들은 이웰씨 딸이 자신이 만든 사건이 추잡한 법정문제로 커지자 책임을 흑인 상대에게 떠 넘기지만, 흑인 톰이 무죄인 것을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은 흑인 피고에게 유죄판정을 내린다. 한편 이웰씨는 핀치 변호사가 법정에서 흑인을 옹호하고 자신을 모욕했다고 복수 하리라고 떠들고, 시민들은 핀치 변호사를 흑인 애인을 가졌다고 놀린다.
학교에서 할로윈 파티를 하고 어둠속에서 집으로 오는 핀치 변호사의 두자녀가 괴한의 공격을 받는다. 보안관이 출동하여 확인 한 사실은 스카웃이 걸치고 있던 할로윈 장식에 칼 자국이 있고, 젬 아들은 팔이 부러졌으며,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복수한다고 떠들던 이웰은 배에 식칼이 꽂힌 채 죽어 있고, 오랫동안 집안에만 숨어 살던 유령 인간 이웃의 아저씨 래들리가 있다.
이웰씨의 죽음에서 진실을 규명하려는 핀치 변호사에게, 보안관은 법정에서 자기를 모욕한 변호사의 아들과 딸을 죽이려고 밤에 숨었던 이웰이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질 때 손에 든 식칼 위에 체중이 실리면서 찔려 죽었다고 사건을 결론 짓고, 그래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아온 은둔자 래들리씨도 그대로 보호하자고 주장한다.
스카웃이 초등하교 입학 전에 시작되어 2학년이 될 때까지 어른들의 세계를 보며 진실과 사회 정의를 경험하고 그녀가 말한다: “수학 대수를 빼고는 학교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별로 많지 않을 거 같아.” 사람들은 한 사건 속에서도 그들이 찾고 있는 것만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상식도 알게 된다. 타인의 피부 속에 들어가 그 사람으로 행동해 봄으로서 타인을 이해하는 간접 경험을 통해 스카웃은 성숙한다. 그리고 미국 인권문제 역사의 한 토막을 소설로 보여주며 흑인들에게 가졌던 미국인들의 편견들을 고치는데 이 소설이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Mockingbird’를 인터넷에 찾아보니, 가끔 우리집 지붕 꼭대기에 앉아 다양하게 노래하는 새, 내가 자주 보는 새이다. 비둘기 보다 작은 회색의 새, 찌룩찌룩, 쌔록쌔록, 지불 지불, 삐르룩 삐루륵, 쯔삣쯔삣, 짹짹, 다양한 새소리들을 흉내내는 것 같이 다양한 노래를 부르며 뒷 꼬리를 달싹 거리는 새다. 핀치 변호사가 애들에게 조총을 사주며 모킹버드는 사람들에게 해를 주지 않고 즐거운 노래만 불러주는 좋은 새이니 쏘지 말라고 일러주는 대화 장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