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넷 경찰, 제주 사우나 주차장 시신 관련 기자회견
용의자들, “우리들은 ‘그리스도의 군대'”라고 밝혀
종교단체 개입 드러나면 한인사회 파장 커질 듯
귀넷 카운티 경찰이 지난 12일 밤 둘루스 제주사우나 주차장에 있던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시신과 관련, 한인 20대 용의자 5명과 미성년 용의자 1명 등 모두 6명을 체포했다.
귀넷 카운티 경찰은 14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6명의 신원과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발표했다. 체포된 용의자는 에릭 현(26), 이가원(26), 이준호(26), 이준현(22), 이현지(25), 이준영(15) 등으로 5명은 귀넷 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에릭 현은 병원에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시신이 발견된 차량은 에릭 현의 차로 확인됐으며, 이준호, 이준현, 이준영은 형제 관계다. 이가원 또한 이들과 친척 관계이며, 이현지는 이들 형제의 한 사람의 여자친구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또 이가원 씨만 시민권이 없이 미국을 방문 중이며, 나머지 용의자들은 모두 합법적인 미국 거주자들이다.
이들은 살인(felony murder), 불법 감금, 증거 변조, 시신 은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용의자들이 종교단체로 추정되는 ‘그리스도의 군대'(Soldiers of Christ)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제주사우나 사건 용의자들, 왼쪽부터 에릭현, 이가원, 이준호, 이준현, 이현지
제주 사우나 앞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7월 중순쯤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 종교단체에 가입한 20~30대 중반 정도의 여성으로 알려졌다.
후안 마디에도 귀넷 경찰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발견 당시 피해자의 몸무게가 70파운드에 불과한 점을 고려했을 때 폭행과 영양실조가 사망 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여성의 사망 시점은 8월 말이며, 트렁크에는 며칠 정도 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마디에도 대변인은 “그녀의 가족은 모두 현재 한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직 사망신고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 사우나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경찰은 확인했다.
후안 마디에도 귀넷 경찰 대변인이 14일 기자회견에서 제주 사우나 주차장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시신 관련, 초기 수사 상황을 밝히고 있다. 윤지아 기자
▶시신 발견 경위= 경찰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일 에릭 현은 부상 치료를 위해 애틀랜타 소재 병원으로 향했다. 이때 현 씨는 가족에게 전화해 그의 차에서 소지품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입은 부상은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이날 밤 현 씨의 차가 있던 제주 사우나 주차장에 도착해 차량을 확인했을 때 트렁크에 시신으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14일 오후 현재 에릭 현은 체포된 상태로 병원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에릭 현 씨와 관련된 로렌스빌 소재의 주택 지하실에서 범행이 발생했다고 보고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했다. 지하실에서 경찰은 무기도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망자가 감금되어 있던 지하실. 사진 귀넷 경찰국
사망자가 감금, 살해된 주택 지하실에 나무판재와 부츠가 놓여있다. 사진 귀넷 경찰국
▶”우린 그리스도의 군대”= 경찰은 이날 피해자가 ‘성매매’와 관련된 이유로 미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답하며 “용의자들이 자신들은 ‘그리스도의 군대(Soldiers of Christ)’라고 불렀다”며 종교단체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군대’와 살인 사건이 정확히 어떤 관련이 있는지, 용의자들이 피해자를 미국으로 초청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종교 단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추가 혐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 특정 종교단체의 관련 여부가 드러날 경우 한인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적 절차= 2~3주 안에 용의자들에 대한 영장 심사 및 보석금 심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성년자인 용의자에 대해서는 소년법원에서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용의자들의 변호를 맡은 제이슨 박 변호사는 본지에 “현재 경찰과 협조 중이고, 이 상황에 대해 법원에서 사실을 밝힐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조우형 경찰영사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자와 용의자의 국적, 시민권 여부 등을 경찰과 확인하고 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은 확인했으나, 아직 한국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계속 연락을 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윤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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