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여름도 달을 넘기면서 세월의 흐름을 따라 기온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인 일로 잠시나마 우리 부부는 텍사스 댈러스에서 잠깐 머물고 있다.
운전으로 내려 오면서 텍사스가 가까워 질수록 기온이 점점 상승하더니 주 경계선을 넘어서면서 화씨 107도를 오르내리고 체감온도는 110도를 넘나든다. 주유소에 들려 차문을 여니 화끈한 열기가 텍사스의 여름을 실감나게 한다. 역시나 집사람은 아틀란타가 ‘화틀란타’인들 텍사스에는 ‘택도’ 없다 한다.
이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첫 가을이 성큼 문 앞에 온 듯 9월 이라는 숫자가 반갑기만 하다. 이어서 10월이 오면 가족에게 주어진 의무감을 일시 접고 이곳 중, 동부의 가을 바람과 단풍을 즐기며 그리운 애틀랜타로 떠날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예전에도 자주 다니던 도로였지만 이번에 돌아 가는 길은 뜨거운 8월의 왔던 길이 아닌 10월의 가을 길이다.
중부 지방에서는 아칸사 주 오작 마운틴과 핫 스프링스의 단풍이 그런대로 만끽할만하다. 절경은 아니지만 색깔을 따라 어우러진 단풍 모습은 볼만하다. 중, 동부 쪽으로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내슈빌과 차타누가를 지나서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은 그때쯤이면 절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년 가을 대지의 하늘은 더욱 정화된 공기가 될듯하다. 지난 수년간 인간에 의한 대기 오염으로 우리 모두는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던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간이었다.
조지아의 날씨를 보면서 어느 날 비가 오려나 하고 기다리는게 일상이 되었다 손바닥 만한 텃밭에 심어둔 깻잎과 고추는 잘 자라고 있을까? 중간 중간 비만 와주면 그런대로 잘 자라 10월 이라도 무성할텐데… 웬만큼 가뭄에도 잘도 견디며 11월까지는 견디는 듯 했다.
가만히 두어도 씨앗을 맺고 떨어지고, 겨울 내내 가끔은 모진 추위에도 씨앗은 땅속에서 움츠리고 봄을 기다리다. 저절로 올라오는 신기하고 대단한 생명력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이곳 댈러스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식품이나 아들 교육 문제로 28년을 다닐 적에는 그런대로 지낼만했다. 그 후 애틀랜타로 이주한 지도 벌써 12년이 지나 다시 이곳에 와서 보니 날씨를 비롯해 여러가지를 비교해보게 된다. 우리에겐 역시 애틀랜타가 그동안 훨씬 정이든 모양이다.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을 생각하며 이곳 댈러스 한국 식료품점에 들려 신문이 있나 하고 아무리 둘러보아도 홍보 팸플릿과 주간지만 있을 뿐이다. 아마도 자판기에서 파나 하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옛적에 1부에 50센트를 넣고 꺼내 본 적이 있었다. “애틀랜타에는 식료품점마다 일간지가 수북이 그것도 전부 무료로 제공되는데…” 하고 집사람이 투덜거린다.
애틀랜타 메트로 각 지역마다 숲속 곳곳에 그늘 진 트레일이 있다는 것이 정말 여기 와서 보니 우리 한인들에겐 대단한 복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걸을 곳이 없나 하고 지도를 보고 찾아 가보니 황량한 벌판에 뜨거운 햇볕 아래 쭉 뻗은 콘크리트 길을 보고 그냥 주차장에서 되돌아 나왔다. 우리 동네 집 바로 옆에 있는 그늘 진 ‘빅 크릭 그린웨이’가 새삼 그리워진다. 어느 곳이든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 있으면 그만큼 행복 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모두가 자기가 몸담고 사는 곳은 사업, 직장, 교육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리에겐 “애틀랜타로 이주해 은퇴 생활을 보내는 것이 정말 복 받은 것이구나”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립고 정겨운 사람들과 숲이 가득한 애틀랜타로 돌아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