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이모부 돌아가시고 한동안 힘들었다. 그러던 중 동네 친구분의 권유로 노인대학에 나가게 되었다. 친구분들과 함께 새로운 것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면서 우울했던 마음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삶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느끼며 많이 밝아지셔서 좋아 보였다.
그런 이모에게 며느리들이 제동을 걸었다. 아무래도 노인대학에서 여행을 빌미로 물건을 팔며 자꾸 돈을 뜯어 내는 것 같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그 말에 이모는 화가 났는지 그런 말 하려면 오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시부모님이 아프면서 이모는 일찍 귀농을 했다. 그때부터 이모는 농사일을 배우고 익히며 시골 아낙으로 살았다. 그렇다 보니 70이 다 되어서 다니는 노인대학은 흥미로웠을 것 같다. 그런 이모에게 며느리들의 말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기분을 들게 했을 거다.
며느리들 입장에서는 노인들에게 여러 가지를 미끼를 던져서 돈을 쓰게 하는 걸로 보였을 거다. 여행을 앞세워 물건을 팔기도 하고, 이런저런 행사를 이용해서 노인분들의 주머니를 자꾸 열게 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결국은 노인분들의 외로움을 미끼 삼아 얄팍한 상술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식들이 용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참견을 하는 것도 이모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보다는 무엇을 위해서 걱정하고 말리는지에 대한 생각이 이모를 더 서운하고 속상하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도 혼자되면서 노인대학을 오랫동안 다니셨다. 친구를 좋아하셨고 여행하며 맛난 것을 즐기는 아버지는 늘 외출을 하셨다. 혼자 살면서도 적적하지 않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나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었다. 아버지가 외출 후에 들어오시는 길에는 뭔가를 자주 들고 오셨다. 생필품들과 전자제품에 건강보조제까지 다양했다. 그렇게 가져온 물건들이 다락방에 한가득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료관광을 미끼로 물건을 파는 것이었다. 내가 봐도 제대로 된 물건들은 없었다. 갈취당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큰돈을 지불한 물건들도 있었다. 미끼로 한아름 안겨준 화장지나 세제 같은 것들은 의심을 덮는 또 다른 미끼로 쓰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것들이 덤으로 받은 선물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위로가 되었을 것도 같다.
아버지에게는 이런 것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즐거움이어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었다. 그나마 마음 약한 아버지가 사악한 사기꾼에게 크게 당하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의 경제 범위 안에서 잘 지나갔다는 것과, 자식들이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혼자서 잘 지내신 것에 감사했다.
자식과 남편을 미끼로 수십억을 갈취하고, 사랑을 미끼로 삶의 벼랑 끝에 세워 놓기도 하는 어두운 사건들은 넘쳐나고 있다. 뉴스를 통해서 보는 것들은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 타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분노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들이 몰라서 당하는 건 아닐 거다. 수법은 AI의 등장만큼이나 발전하고 있다.
사람은 늘 뭔가를 미끼로 주고 대가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해도 공짜는 없다. 돈을 주고 미끼를 사서 우리는 시간과 인내를 치르고 물고기를 잡는다.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미끼로 주고 그 대가를 받아서 사는 건 기본이고 정당한 이치다. 하지만 삶이 어찌 이치대로만 되는가. 그럼에도 최소한 약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상대로 미끼를 던져서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과 관심과 세상살이에 상처 나고 힘들어하는 절박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미끼를 던지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간절한 갈망의 그 틈을 이용하는 것은 세상을 점점 더 암울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선하고 정당하며 빛이 되는 미끼들도 많다. 숨어있는 보석 같은 미끼들을 찾아서 세상의 빛이 되게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던지는 미끼로만은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쓴맛이 맴도는 입안에 달콤한 사탕 할 알을 까서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