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닷새 남짓 예상됐는데 어느덧 7개월…쏟아지는 헌사에 감사”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호스피스 돌봄 속에 오는 10월 1일 99세 생일(백수·白壽)을 맞이한다.
2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의 지인들은 다채로운 축하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본인은 태연함을 지키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몰라 모두 숨죽이는 상황에서 총기와 유머를 잃지 않고 하루하루 소박하게 살아가며 ‘지구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과 로잘린 여사. 카터센터 페이스북
비영리 자선재단 카터센터의 최고경영자 페이지 알렉산더는 카터 전 대통령과의 최근 대화를 소개했다.
알렉산더는 “생신 전에 말씀드리지 못할 수 있으니 미리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라고 인사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카터 전 대통령은 “내가 99세는 될 것(그때까지 살 것)”이라며 “그런데 그게 뭐가 그렇게 ‘해피’ 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카터센터는 유명 인사부터 전 세계 일반인들까지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 왔는데, 사흘 만에 6천여개가 답지했다고 한다.
사진 99세 생일 기념 유튜브 영상 캡처
가수 피터 게이브리얼은 지난 18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관객들과 함께 ‘해피 버스데이, 지미’라며 ‘떼창’을 했다.
자선단체 빌앤드멀린다 게이츠재단은 이튿날 카터 전 대통령과 부인 로절린 여사에게 그들의 생애 업적을 기리는 공로패를 수여했다.
올해 2월 카터 전 대통령이 연명을 위한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에 들어갈 때 가족은 일주일을 버티지 못할 것으로 봤다고 한다.
손자 제이슨 카터는 “그 절차 시작 때 우리는 닷새 남짓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때 병원에서 같이 있으면서 작별 인사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 주에 마지막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7개월이 흘렀다”고 덧붙였다.
카터 전 대통령이 10월1일 백수를 맞는다. 사진 99세 생일 기념 유튜브 영상 캡처
카터 전 대통령이 호스피스 돌봄을 시작할 때 특별히 그 계기가 되는 질병은 없었다고 한다.
주변인들은 카터 전 대통령이 병원에 오가는 데 지쳤고 생의 마지막 나날을 로절린 여사와 집에서 보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현재 세계 곳곳에서 카터 전 대통령을 향한 헌사가 쏟아지고 있기에 살아 있는 그가 마치 ‘추도사’ 같은 인사를 듣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가족과 측근들은 카터 전 대통령이 그런 성격의 글이나 말을 이해하고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더는 “카터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때와 퇴임 뒤 활동이 다시 거론되는 걸 보고 많이 기뻐한다”며 “여러 면에서 그게 버텨내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5년 뇌에 퍼진 암에 이어 2019년 골반 골절을 비롯한 낙상을 이겨낸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말기 환자의 통증 완화나 평안한 죽음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에서 통상적 체류 한도인 6개월을 넘어 삶을 지속하고 있다.
NYT는 “카터 전 대통령이 이미 미국 역사에서 최장수 대통령이지만 호스피스 돌봄을 받으면서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까닭에 그를 존경하는 많은 세계인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한차례 임기 뒤 유권자들에게 퇴출당했지만 퇴임 뒤 수십 년 봉사를 통해 업적을 탈바꿈해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대통령을 향해 계획에 없이 길어진 애정 어린 작별 인사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사진 카터센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