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2023년도 이민언론상 시상식(2023 CA Ethnic Media Expo & Awards)가 열렸다. 150여개 이민언론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미주중앙일보가 기획기사부문 최우수상, 탐사보도부문 우수상과 사진기사 우수상을 수상했고, 다수의 한인언론이 중요한 상을 수상했다. 흑인, 라티노, 중국 등 수많은 이민언론들이 출품한 300개 응모작 가운데 이만큼 수상한 것은 한인언론의 근면성실함과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민생활에 있어 한인언론을 너무 친숙하게 생각한 나머지,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국 본국 언론과 미국 주류언론은 크고 중요한 뉴스를 보도하는 매체로 높이 평가하고 신뢰하는 반면, 한인언론은 한인타운과 주변의 사소한 뉴스만 보도하는 작은 매체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만난 미국 주류 정치인, 주류사회 관계자 및 이민언론인들의 시각은 달랐다. 한마디로 이민언론은 ‘주류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보도하고, 정부 등 주류사회의 중요한 정보를 각자의 언어로 이민사회에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평가받고 있었다.
예를 들어 베트남언론 리틀 사이공TV(Little Saigon TV)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전쟁에 휘말린 베트남 노동자의 사연을 생생하게 보도해 최우수 국제언론상을 수상했다. 이 언론의 존 딘 수안 타이(John Dinh Xuan Thai) 기자는 “베트남계 이민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난민을 보면서 베트남 전쟁의 난민들을 떠올렸다”고 취재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만난 피난민 소녀가 “당신은 신을 믿느냐” (Do you believe in God?)고 질문한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지구상에 아직도 종교를 믿을 자유가 없는 국가가 있다는 뜻도 되고, 왜 신이 자신들에게 이런 고난을 주는지 고통스러워하는 뜻으로 비쳤다”고 그는 말했다. 전쟁을 보도만 하고 직접 겪어보지 못한 미국 주류언론과는 차별화되는, 베트남 이민언론만의 시각이라고 할수 있다.
LA에 위치한 히스패닉 언론 임펄소 뉴스(Impulso News)의 미레야 올리베라(Mireya Olivera) 기자는 지난해 LA시의원 스캔들 (LA City Council scandal)을 보도해 상을 받았다. 당시 LA시의회 시의원 누리 마르티네즈(LA Nouri Martinez)와 길 세디요(Gil Cedillo), 케빈 드 레온(Kevin De Leon)이 특정 이민 커뮤니티에 대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이민언론 뿐만 아니라 주류언론까지 보도됐으며, 한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라티노, 흑인 커뮤니티까지 이들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파장이 일었다. 이 언론은 히스패닉 이민사회 지도자들의 반응, 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내진 항의서한 등을 상세히 보도해, 라티노 이민사회 스스로가 이들 시의원들을 매섭게 비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라디오 발람(Radio B’alam)의 에스메랄다 멘도자(Esmeralda Mendoza) 기자는 캘리포니아 베이 에이리어에 위치한 마야(Maya) 커뮤니티에 대해 보도해 상을 수상했다. 필자도 처음 들어본 마야 커뮤니티는 본래 중부 아메리카 대륙에서 번성한 마야 문명의 후손이지만, 현재는 과테말라 등에서 망명온 소수 이민자들의 커뮤니티이다. 이들은 정치, 사회, 보건 등 핵심 정보가 언어 장벽 때문에 마야 이민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마야 언어로 인터넷 라디오를 방송하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영어를 배우기 꺼려하며 미국문화에 적응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주류언론들은 빨리 영어를 배워서 주류사회에 진출해야 한다고들 한다. 당연하고 좋은 말이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며 미국문화에 익숙치 않는 이민자들에게 있어서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런 이민자들의 미국생활 적응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한인언론을 위한 이민언론의 역할이다. 이번 이민언론 시상식에서 수상한 타민족 언론들의 보도가 그 좋은 예이다.
요즘 인터넷, 유튜브, 카카오톡이 밀려들면서 주류언론은 물론 이민언론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한인사회 소식은 네이버나 카카오톡, 뉴욕타임스가 보도해주지 않는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바로 한인, 이민언론인들이다. 이민사회, 한인사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인언론과 언론인들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