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도 뒷마당에는 어김 없이 허밍버드(HummingBird)는 찾아왔다. 매년 오는 허밍버드가 같은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어쨌든 매년 오는 것 만으로도 반갑기 그지 없다. 고국에서는 제비가 봄의 전령이라면 이곳에서는 허밍버드가 나타나야 봄이 온다고 한다.
금년에도 지난 4월경쯤 이제나 저제나 허밍버드가 언제 보이나 하고 기다렸다. 큰 나무 가지에 붉은색 먹이 병을 달아 놓고 기다리는데 며칠 후 주위를 살피다가 먹이 병을 발견 하고는 허밍버드가 웅웅 거리며 두세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든다.
외출 했다가 다녀오면 꿀 물병이 얼마나 내려 갔나 하고 확인해보는 것이 나의 일과이다. 우리 말로는 새가 ‘웅웅’ 거린다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허밍 허밍’ 한다고 해서 허밍버드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름이야 어쨌든 벌같이 작은
몸매로 부지런히 꽃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날아가 빨대 입으로 꿀을 빠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신기하다.특히 허니 써클(인동초꽃), 트럼펫 크리퍼, 카디널 플라워를 좋아 한다고 한다. 벌꿀 같이 부지런하고 작아 ‘벌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작은 새도 이 세상을 살아 가려고 그렇게 부지런히 윙윙 거리며 다니는 걸 보면서 제네들 같이 바쁘게 살아 간다면 이 세상 무엇인들 못하고 살까 싶다. 어딜 돌아 다니는지 바쁘게 한 바퀴 나들이 다녀 와서는 또 한번 두리번 거리면서 꿀물을 빨고는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윙윙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로 솟아 어디론가 날아간다. 애들이 붉은색을 인식한다는 말이 맞는 듯 하다.
한번은 빨간색 병을 바깥에 두었더니 주위를 맴돌면서 먹이인가 하고 두리번 거리는 것을 보고 먹이병을 확인하니 어느새 모두 먹고 바닥이다.
얼른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빨간색 꿀물을 병을 깨끗하게 소독하고 다시 채워주니 너무 좋아한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그 주위에서만 맴돌면서 지내는 것 같아 너무 귀엽고 기특하다. 장시간을 다녀올 일이 있어 떠나기 전 새로운 허밍버드 먹이를 사서 가득 채워 주고 왔지만 지금쯤은 벌써 바닥이 났을텐데 하고 걱정된다.
빈 먹이병을 보고 주변을 기웃거릴 생각이 들어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그 작고 엄지 손가락만한 것이 10월말이 되면 따뜻한 머나 먼 남쪽 멕시코 연안 부근으로 가서 지내고 온다는데 어떻게 그 엄청난 거리를 날아 가는지 너무나 궁금하고 신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날개 짓도 엄청난 속도라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1초에 50-80번 정도 날개를 움직인다 한다. 그렇게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 조그마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이곳 저곳 온갖 꽃을 찾아 다니는 모습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새삼 느끼게 한다.
가끔은 벌새를 보면서 태평양을 건너서 이 땅에서 허밍버드 같은 부지런함으로 지금의 삶을 일구어낸 우리네 한인 이민자들을 느끼게 할 때도 가끔 있다. 그 어렵고 힘든 주변 여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뛰어 다닌 보람으로 2세들 대부분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들의 앞날을 위해 희생한 이민 첫 세대에게서 허밍버드의 작고 영리하고 독특함과 부지런함이 다시금 돋보인다.
허밍버드야, 건강하게 갔다가 내년 다시 봄의 전령으로 다시 오면 더욱 잘해 줄께. 꼭 다시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