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착한 일을 권면하고 악한 일을 징벌하는, 권선 징악의 대표적인 한국의 전래동화로 한국에서 자란 분들은 대부분 들어보거나 읽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형 놀부와 동생 흥부는 한 동네에 살았다. 놀부는 부자로 살고 흥부는 언덕에 움집을 짓고 아이들과 가난하게 살았다. 흥부가 하루는 놀부의 집으로 쌀을 얻으려 갔으나 쌀은 못 얻고 형수가 주걱으로 뺨을 때릴 때 볼에 붙은 밥알을 뜯어먹으며 돌아왔다.
어느 해 봄, 처마 밑에 제비 새끼 한 마리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흥부는 불쌍히 여겨 다리를 매어주었다. 이듬해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가 박씨 하나를 물어 다 주었다. 흥부는 그 박씨를 심어 가을에 큰 박을 많이 땄는데 그 속에서 금은보화가 나와 큰 부자가 되었다.
놀부가 이 소식을 듣고 자기도 부자가 되고 싶어 다리 부러진 제비를 찾아 다녀봐도 못 찾자,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매 주고 날려보냈다. 이듬해 봄에 제비가 물어 다 준 박씨를 심어 많은 박을 땄다. 그 속에서 온갖 몹쓸 것이 나와 집안이 망하게 되었다.
맥클랜드(David McClelland)의 성취동기와 ‘성취하는 사회’를 1960년대 대학원에서 토론할 때, 여러 나라의 동화를 분석한 자료가 흥미로웠다. 1925년의 30 나라들의 동화들을 모아 동화속의 성취도를 측정했는데, 동화 속 주인공의 성취도가 높은 나라들이, 25년 후에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들로 판명되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의 성취의욕 점수가 높은 나라들이 그 나라 장래를 경제적으로 잘 살게 한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흥부와 놀부의 성취동기를 분석해 보았다. 성취동기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한가지 방법이 능률이 없으면 다른 방법도 구사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인데, 흥부가 부자가 된 것은 우연히 발견한 제비다리 부러진 것을 고쳐 준 착한 일 덕이지만,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지는 않았다. 놀부는 부자가 되려고 다리 부러진 제비를 찾아 열심히 다녔고, 노력해도 못 찾으니, 일부러 다리를 부러트려 고쳐 주었다. 옛 가치관에는 착한 것을 강조되었으나 성취동기는 무시되었다. 놀부가 성취욕구가 높다
1960년대 온 국민이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 노래를 부르고, ‘국민 교육 헌장’을 학교 아침 시간에 다 같이 읽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이렇게 시작하는 국민 교육 헌장의 교육 목표의 핵심은 성실한 마음, 튼튼한 몸, 학문과 기술 배움, 개인 소질 계발, 주어진 처지에서 출발, 창조와 개척, 공익과 질서, 능률과 실질, 상부상조와 협동, 창의력 계발, 참여와 봉사, 영광된 조국 통일, 새 역사 창조 등 성취의욕으로 넘친다.
성취동기와 발전 가치관을 강의하시던 서울대 교육대학원 교수님들은 일찍 미국유학을 마치신 분 들로, 국민 교육헌장 기초위원이나 정부의 중책을 맡기도 하신 분들이다. 많은 세월은 가고 지금 한국이 세계강국이 되고 잘사는 나라가 된 것과 국민 교육헌장의 높은 성취의욕과는 무관한 것일까?
주위에서 80 생일 기념으로 크루즈를 타고 배안에서 피클 볼을 배운 분들이 피클 볼 재미에 빠졌고, 그분들 열성 덕분에 나도 덩달아 그 운동에 참가해보니, 운동도 되고, 친교도 되고, 건강 검진 결과가 전보다 좋아 졌다. 그런데 늙은 나이에 출발한 분들 중에 몇 달 이 지난 후 월등히 공을 잘 치는 분이 있어 여쭈어 보았다.
“공중에 뜬 공을 내려 칠 때, 전엔 10번에 8번이 실패하더니, 이젠 10번에 8번은 성공시켜요. 비결이 뭐 예요?” “공중에 뜬 공 치는 연습을 가려서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요. 왼 손을 요렇게 들어 올려 그 위에 공이 떨어질 때 치는 거예요.” 하면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차고 문에 큰 판대기를 세우고 공 연습을 하고, 피클 볼 장을 여기 저기 찾아가 치는 분, 성취동기가 높은 이런 분이 공을 잘 치는 것은 당연하다.
피클 볼 공을 쉽게 잘 치는 백인 여자분에게 물어보니, 5년을 치다 보니 자기 수준이 됐다고 한다. 나도 5년 계속 치면 잘 칠 거라고 했다. 그녀 말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5년후면 90살, 그때도 공을 칠 수 있을까? 지금처럼 만 친다고 해도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