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상원 역사상 ‘최장수(6선·31년 재임)’ 여성 의원이자 현직 최고령 상원의원이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캘리포니아·민주)이 9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2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인스타인 의원은 전날 밤 워싱턴 D.C.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의원실이 발표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1970∼80년대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첫 여성 시장 경력을 거쳐 1992년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 된 뒤 31년간 재임(6선)하면서 상원 정보위원회 첫 여성 위원장, 법사위원회의 첫 여성 민주당 간사 등을 거치며 정치권의 ‘유리천장(여성에 대한 진입 장벽)’을 잇달아 깼다.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 다이앤 파인스타일 상원의원이 2010년 12월 15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START 조약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고인은 2018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54%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6선(임기 6년)에 성공했지만 이후 건강이 악화하면서 조 바이든(80) 대통령, 미치 매코널(81)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고령 정치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령에 따른 건강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고인은 대상포진 등으로 작년 연말부터 2개월 이상 상원 회의에 출석하지 못했고, 결국 올해 2월에는 차기 상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2023년 2월 14일 재선 불출마를 발표한 파인스타인 의원이 워싱턴 국회 의사당에서 투표 후 상원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
상원 현직 최고령이었던 고인이 결국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현직 신분으로 사망하면서 고령 정치인의 직무 수행을 둘러싼 논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5년 이상 고인과 상원의원 동료였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선구적인 미국인이자 진정한 개척자이며 질(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과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고 고인을 기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주 방(상원 회의실)에 있던 유일한 여성이었던 다이앤은 많은 미국인에게 롤모델이었고 여성 지도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줬다”면서 “그녀는 강인하고, 예리하고, 항상 준비돼 있었으며, 결코 공세를 접지 않았지만 또한 친절하고, 충직한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이 백악관서 열린 “2021년 범죄 피해자 기금법을 유지하기 위한 VOCA(범죄 피해자법) 수정안”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인 매코널 의원은 “다이앤은 개척자였다”며 “그녀가 사랑한 고향 캘리포니아와 전(全) 미국은 그녀의 끈질긴 노력과 부지런한 봉사로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고인은 미국 진보 진영이 중시하는 환경보호, 생식권 존중, 총기 규제 등을 옹호하며 거친 언쟁을 불사하는 ‘싸움닭’으로 유명했다.
2007년 10월 25일 캘리포니아 산불로 파괴된 샌디에이고 지역을 순회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잔해 속에서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 로이터
2009년 1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특히 현직 시장이 총기로 살해당한 사건 이후 샌프란시스코 시장 대행을 거쳐 시장이 됐던 고인은 상원의원 경력 초기인 1990년대 특정 유형 공격용 무기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입안해 통과시킨 바 있다.
총기 문제를 포함한 일부 현안에서 뚜렷한 진보주의 정치 행보를 보였지만 대체로 공화당 측과 타협점을 찾으려 한 실용주의자로도 평가받았다. 오바마 행정부의 광범위한 미국인 통화 및 이메일 기록 수집이 논쟁을 불렀을 때 ‘국가안보에 필요하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9월28일 타계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을 추모하는 조기가 연방의사당에 게양되었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