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처음 이뤄진 하원의장 해임안 가결로 미국 정가가 일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전(全) 과정을 주도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공화)에 대해 소속 정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게이츠 의원은 지난 2일 같은 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전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내고, 3일 표결에서 당내의 다른 초강경파 의원 7명과 함께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매카시의 낙마를 시종 주도했다.
매카시 전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셧다운)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30일 임시예산안을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 지지 하에 통과시킨 것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게이츠 의원의 명분이었지만 결국 소수의 극단주의자가 공화당의 자중지란을 심화시켰다는 견해가 당내에서도 작지 않은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1999년 하원의장을 맡았던 공화당 원로 뉴트 깅그리치 전 의장은 3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 기고에서 “게이츠는 보수주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파괴하는 반(反) 공화당원”이라며 “그는 공화당 하원의원단에서 축출되어야 한다”고 썼다.
깅그리치는 “게이츠는 공화당 하원의원단의 정치력을 파괴하고 있다”며 그가 단지 개인적으로 주목받고, 후원금을 모으는 것만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깅그리치는 또 정부 지출 삭감,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남부 국경 통제 강화 등을 열거하면서 “하원의 공화당은 한 의원의 자아를 만족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중요한 일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3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자신의 의장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현직 공화당 하원의원 사이에서도 비슷한 반응들이 있었다.
WP에 따르면 단 베이컨 의원(네브래스카)은 3일 기자들에게 “게이츠는 공화당에 있어서는 안 된다. 공화당 하원의원단에서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고, 마이크 가르시아 의원(캘리포니아)은 게이츠에 대해 “무모한 공화당원”이라고 평가했다.
게이츠 의원과 같은 플로리다주가 지역구인 카를로스 히메네스 의원은 “공화당 하원의원단에 (게이츠의) 친구가 거의 없다”며 “공화당 플로리다 출신 의원단에 몇 명의 친구가 있을지 모르나 나는 그의 친구가 아니”라고 말했다.
올해 41세인 게이츠 의원은 2010∼2016년 플로리다주 주 하원의원을 거쳐 2017년부터 연방 하원의원(4선)으로 재임 중이며, ‘프리덤 코커스’로 대표되는 당내 강경 우파 성향 의원 그룹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게이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계에 막 진출했을 때부터 그를 지지했던 열렬한 ‘친트럼프’ 정치인으로 꼽힌다.
심지어 매카시 전 의장이 후보로 나선 올해 초 하원의장 선거에서는 하원의원이 아닌 ‘일반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거푸 투표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매체들은 게이츠 의원이 오랜 시간 매카시 전 의장과 반목하면서 그에 대해 쌓아온 개인적 반감이 이번 불신임안 추진에 결정적인 동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