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가 공식 발표 시간 수 시간 전에 사전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노벨상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노벨 화학상 수상자 3명의 명단이 발표 예정 시간보다 몇 시간 이른 이날 아침에 유출됐다고 스웨덴 매체들이 보도했다.
스웨덴 SVT 방송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문지 바웬디, 루이스 브루스, 알렉세이 예키모프 등 3명의 수상자 명단이 담긴 보도자료 이메일을 실수로 보냈다고 전했다.
현지 일간 엑스프레센은 이날 수상자 발표 예정 시간은 현지시간 오전 11시 45분이지만, 문제의 보도자료 이메일은 오전 7시 31분에 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 왕립과학원 측은 아직 수상자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왕립과학원의 노벨 화학위원회 의장인 요한 외크비스트 로이터에 “이는 왕립과학원의 실수다. 우리 (수상자 최종 결정)회의는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하므로 아직 아무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수상자는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왕립과학원 산하 노벨 화학위원회의 전문가인 하이네 린케는 스웨덴 일간 다겐스 뉘헤테르에 보도자료가 나간 이날 아침에는 수상자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보도자료가 나간 것은 명백한 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왕립과학원의 에바 네벨리우스 대변인도 “어떤 자료가 나갔는지 코멘트할 수가 없다”며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왕립과학원은 아직 (수상자 최종 결정) 회의를 열지 않았고 올해 수상자가 누가 될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라고 AFP에 이메일로 밝혔다.
그간 세계적인 관심사인 노벨상 수상자 선정 결과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다.
2010년에는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뎃’이 공식 발표보다 약 2시간 먼저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생리학자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한 2018년에는 노벨 문학상 선정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이 수상자 명단 사전 유출 의혹에다 그의 남편인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가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여성 18명의 ‘미투'(나도 고발한다) 폭로까지 겹치면서 사퇴했다.
하지만 1901년 노벨상이 처음 시상을 시작한 이후 123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수상 주체가 실수로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화학상·물리학상·생리의학상 등 3개 과학 부문 노벨상 선정·시상을 맡은 왕립과학원은 이번에 선정·발표 과정에 큰 허점을 드러내면서 거센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